[사설] 류희림 방심위원장 ‘민원 사주’ 시비, 이해충돌 진상 밝히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가족과 지인들이 방심위에 ‘뉴스타파 인용 보도’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을 무더기로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의 신고자가 지난 23일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한 내용이다. 신고자는 류 위원장의 ‘사적 이해관계자 추정 인물’들이 KBS·MBC·JTBC 등의 지난해 3월 뉴스타파 인용 보도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고, 류 위원장이 회피 등 절차 없이 심의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사적 이해관계자들을 동원한 ‘셀프 민원’이나 ‘민원 사주’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사실이라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다.
세부 신고 내용을 보면 청부 민원 정황이 두드러진다. 방심위가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녹취록 인용 보도에 대한 긴급 심의를 결정한 지난 9월5일 전후로 ‘60여명이 신청한 민원 160여건 중 40여명의 100여건’이 류 위원장과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걸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그중 류 위원장의 아들·동생 부부 등 가족과 전 직장 동료들이 민원에 참여한 사실은 밝혀졌다. 이들이 제기한 민원이 내용뿐 아니라 오타까지 비슷한 데다 방심위에 민원을 낸 적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급조’됐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문제는 류 위원장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걸 인지했는지 여부다. 사적 이해관계자 민원임을 알고도 심의했다면 이해충돌방지법을 명백히 어긴 것이다. 신고자에 따르면, 지난 9월14일 방심위 팀장이 위원장 가족으로 추정되는 이의 민원신청 현황을 보고했으나 류 위원장은 신고·회피 신청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후 내부게시판에 회피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알고도 묵인한 의혹이 제기될 대목이다. 그러나 류 위원장은 26일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은 중대 범죄”라며 검찰 수사로 유출자를 엄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해충돌과 민원 사주 의혹은 무시한 채 신고자를 범죄자로 모는 물타기이자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류 위원장은 지난 9월 취임하자마자 가짜뉴스 전담 심의센터를 열고 비판언론 옥죄기에 앞장섰다. 사회적 합의와 법적 근거가 부족해 직원들이 반대하는데도 가짜뉴스 심의를 밀어붙였다. 인터넷 언론까지 심의 대상을 확대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정부 입맛에 맞춰 뉴스타파 인용 보도를 중징계한 것이 사실상 그동안 다룬 안건의 전부인데 그마저도 민원 사주 의혹을 일으켰다. 정부는 엄정 조사해 진상부터 소상히 밝히고, 방심위원장이 권력을 남용·사유화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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