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권씩 벌써 10권째…평범한 대구 여성들의 생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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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삶의 이야기 속에 역사가 있습니다."
1권부터 구술 집필을 해 온 최 팀장은 25일 한겨레에 "지난 10년 동안 평범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역의 역사를 담을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큰 의미였다"고 말했다.
올해 발간한 10권의 주제는 '대구 이주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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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삶의 이야기 속에 역사가 있습니다.”
최세정(46) 팀장이 대구 여성의 삶을 채록해온 세월은 10년이 넘는다. 그의 공식 직함은 대구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 사회서비스실 여성가족사업팀장. 최근 대구 여성들의 생애를 구술사로 기록해 온 ‘대구여성 생애 구술사’ 10권째를 발간했다. 1권부터 구술 집필을 해 온 최 팀장은 25일 한겨레에 “지난 10년 동안 평범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역의 역사를 담을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큰 의미였다”고 말했다.
대구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이 발간하는 대구여성 생애 구술사는 지난 2014년부터 매년 섬유, 시장, 의료, 예술, 패션·미용, 방문판매, 집, 교육, 차 등 주제로 10년째 대구의 역사와 여성의 삶이 교차하는 부분을 조명해 생활 속의 역사를 담아내고 있다. 올해는 제10권 발간을 기념해 2014년부터 구술자 78명의 인터뷰를 요약해 부록으로 실었다. 최 팀장은 “첫해에는 지역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역사가 너무 없어서 구술 생애사 연구를 진행해보자고 시작했다. 대구를 잘 나타낼 수 있는 주제를 정해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인데 대상자 선정이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1권 주제였던 ‘섬유’의 구술 대상자를 정하던 때를 떠올렸다. “대구 하면 ‘섬유도시’라는 이미지가 쉽게 떠오르기 때문에 자료나 만날 사람도 많겠다고 생각했어요. 1970∼80년대 대구는 ‘한 집 건너 한 집에 여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막상 자료 조사를 해보니 수출 기록, 수상 실적 등은 많지만, 그곳에서 일하던 여성들에 대한 자료는 정말 없더라고요.”
최 팀장은 직접 서구 비산동 경로당, 시장 등을 돌며 공장생활을 했던 당사자들을 찾아다녔다. 그는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정말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돌이켰다.
올해 발간한 10권의 주제는 ‘대구 이주 여성’이다. 대구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은 “일자리를 찾아온 여성, 국제결혼으로 가정을 이룬 여성, 공부를 위해 대구를 찾은 학생 등 다양한 계기로 17개 나라에서 대구로 이주해 사는 여성 17명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밝혔다.
최 팀장은 이번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구술자로 함경북도 무산 출신 최청옥(80)씨를 꼽았다. 최씨는 북한에서 자녀들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 61살에 탈북했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에는 1960~1990년대 북한에서의 생활과 중국, 몽골, 서울을 거쳐 대구로 이주해 온 고단한 여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최 팀장은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이주해 온 분들을 그동안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동시대의 이야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놀라웠다”고 말했다.
대구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은 앞으로도 대구여성 생애 구술사를 꾸준히 펴낼 계획이다. “우리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교과서를 통해 배워 알지만, 한 사람의 한 사람의 경험은 잘 모르잖아요. 지난 10년 동안 인터뷰한 구술자가 78명입니다. 지역 여성들의 생애사를 더 많이 축적해서 지역의 역사로 아카이빙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대구여성 생애 구술사 ‘대구 이주 여성’은 비매품이다. 책에 대한 문의는 전화(053-210-5652) 또는 이메일(sky@daegu.pass.or.kr)로 하면 된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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