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떠난 접경지 상권 붕괴 가속… “열흘 넘게 한 푼 못 벌어” [심층기획]
2022년 7800명 규모 화천 27사단 해체 등
국방개혁 2.0 따라 사단 통폐합 후폭풍
인근 상권 직격탄… 음식점 등 줄줄이 폐업
일자리 잃은 주민들은 타지역 이주 고려
강원도내 미활용 군용지 230만㎡ 달해
민관군 협력 활용방안 적극 모색해야
“열흘이 넘도록 한 푼도 못 벌었습니다.”
화천군 상서면 상권이 무너지기 시작한 건 2019년부터다. 정부가 군부대 통폐합을 포함한 국방개혁 2.0 정책을 본격 추진한 시기다. 이 개혁안에 따라 상서면에 주둔하던 7사단과 15사단 일부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부대 규모가 크게 줄었다. 군부대 의존율이 높았던 상서면 상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음식점과 PC방 등 20여 곳이 줄줄이 폐업했다. 남은 10여 곳도 언제 문 닫을지 모르는 벼랑 끝에서 하루를 버티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군인을 상대로 한 군인용품점이다. 시댁에서 하던 군인용품점을 이어받아 60년 넘게 장사하고 있다는 신종숙(69)씨는 “군부대 규모가 줄어든 이후 매출이 80% 이상 줄었다. 개점휴업 상태라고 보면 된다”며“주변 상인들 모두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편도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며 “군인들이 빠져나간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으면 결국 마을에 남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7800명 규모 부대 해체, 지역소멸 도미노
상권을 살리고 지역 소멸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접경지역 주민들은 군부대가 떠나 빈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규모 관광지로 조성하는 등 개발을 통해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을 공간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해복(64) 화천사내면상가번영회장은 “군부대 통폐합을 시작하기 전에 대책부터 마련했어야 한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접경지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미활용 군용지 활용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나영 강원대학교 DMZ HELP센터 연구교수는 “군부대가 떠난 미활용 군용지는 규제지역으로 묶여 지역경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지역공동체가 참여하는 민관군 협력체계를 만들어 군 유휴지 활용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그러려면 각 지역 내 자원과 역량을 바탕으로 특성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규 화천군의원 “접경지 이대로 방치 안돼 고도제한 등 규제 완화 특성화 산업 육성 절실”
조 의원은 접경지 주민들은 군부대 해체와 이전이 결정된 이후 계속해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목소리를 내 왔다면서, 이제는 정치권과 지자체가 응답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군사시설로 인한 고도제한 등 각종 규제를 해제하는 것은 물론 지역자원 상품화를 통한 특성화 산업 육성이 절실하다”며 “특히 미활용 군용지를 활용하면 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을 통한 인구 유입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화천군은 27사단이 주둔했던 사내면 군용지 일부를 국방부로부터 빌려 농공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며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조 의원은 교육 인프라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접경지 특성상 초·중·고등학교 학생 대다수가 군인 자녀들이다. 그런데 단기간에 군인들이 빠져나가면서 학생이 많이 줄었다”며 “강원도교육청에서는 학교 통폐합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일단 학교가 문 닫으면 그 지역으로 인구 유입은 중단된다고 봐야 한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 의원은 “경기 침체와 인구 유출은 화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철원, 양구, 인제, 고성 등 모든 접경지역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일”이라면서 “화천이 소멸되면 인근 접경지도 사라진다. 공동 대응을 통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천=글·사진 배상철 기자 b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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