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내부 직원, 류희림 위원장 '이해충돌' 부패신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부 직원이 류희림 방심위원장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류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을 시켜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와 이를 인용한 방송사들에 대한 심의 민원을 제기했다고 의심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류 위원장이 심의를 회피하지 않아 이해충돌이라는 것이다. 류 위원장은 직원이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언론이 보도하게 했다며 특별감사를 벌이고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나섰다.
방심위 내부 직원이 이달 대리 변호사를 통해 권익위에 비실명으로 제출한 부패신고서에 따르면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으로 보이는 두 명과 그가 취임 전 일했던 미디어연대의 공동대표로부터 뉴스타파를 인용보도한 방송사들에 대한 심의민원 10건이 9월4일부터 사흘 동안 접수됐다.
류 위원장의 친인척과 가족이 운영하는 단체 관계자 등으로 범위를 넓히고, 민원 접수 시점도 9월18일까지로 확대하면 사안이 더 분명하다는 내용도 신고서에 담겼다. 이때까지 뉴스타파를 인용한 방송사를 상대로 제기된 민원은 모두 162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60%가 넘는 104건이 류 위원장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40명으로부터 제기됐다는 것이다.
민원인 40명 중 절반 정도는 류 위원장과 직접적인 관련성을 알기 어렵지만 이들이 낸 민원 신청서를 보면 자세한 구절과 오타로 보이는 부분까지 비슷해 서로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신고자는 주장했다. 방심위에 심의민원을 제기할 때는 본인인증을 거쳐 인적 사항을 적게 돼 있다.
신고서에 따르면 방송사들이 인용보도하기 전 애초 문제가 된 뉴스타파의 보도에 대해서도 방심위 홈페이지에 가짜뉴스 신고창구가 마련된 직후인 9월23일부터 나흘 동안 접수된 민원 25건 중 20건이, 류 위원장과 사적 이해관계가 있어 보이는 13명으로부터 접수됐다.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르면 행정지도나 감독 등에 관련된 업무 때, 직무관련자와 가족관계거나 이전에 같이 근무하는 등 법에서 정한 범위의 사적이해관계가 있다고 알게 되면 14일 안에 소속기관장에게 그 사실을 서면으로 신고하고 업무 회피를 신청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2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방심위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인사혁신처가 고시한 공직유관단체로 이해충돌방지법을 적용받는다.
류희림 위원장은 부패신고에 강하게 반발했다. 류 위원장은 26일 “안건 상정은 당시 (황성욱) 위원장 대행의 ‘단독부의권’ 행사로 이뤄진 것”이라며 자신이 위원장이 되기 전에 일어난 일이고, 애초 민원의 영향력 때문에 심의한 것도 아니라고 입장을 냈다. 방심위 규칙에 따라 심의 민원이 없더라도 다른 위원들의 동의 없이 위원장이 단독으로 안건을 제의할 수 있다.
하지만 신고 직원은 류 위원장이 이후 위원장직을 수행하면서 가족이 민원을 신청했다는 사무처 보고를 받았고, 그 이후에도 내부 게시판에 이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는데도 업무 회피를 하지 않아 ‘청부심의’로 이해충돌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2018년에는 사무처 직원 한 명이 2011년부터 수년 동안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46차례 민원을 제기하다 내부 감사를 거쳐 파면되기도 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신고 내용과 별도로 신고자가 확보한 민원인 정보가 언론 취재에 쓰였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뉴스타파와 MBC는 25일 권익위 신고 내용을 전하면서 신고서에 언급된 민원인들을 찾아가 류 위원장의 부탁을 받고 민원을 제기했는지 등 반론을 취재해 보도했다. 보도에서 민원인들은 부탁받지 않았고 스스로 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류 위원장은 민원인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특별감사를 지시했고, 조만간 수사의뢰도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도 신고자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며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도둑에 맞서 정당방위에 나선 제보자를 겁박하는 적반하장, 몽둥이를 든 도둑이 류희림”이라며 제보자를 색출할 때가 아니라고 비판했고, 방심위 지부도 류 위원장은 자진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성명이 올라간 방심위 내부망에는 ‘달을 보라고 가리켰더니 손가락만 본다’는 등 특별감사에 반대한다는 직원들의 댓글이 달렸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은 부패신고자의 범죄행위가 발견되더라도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 신고를 이유로 부당한 감사를 벌이거나 신고자를 찾아 징계, 전보하는 등 불이익조치를 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신고자는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는 신분보장조치를 권익위에 신청했다. 또 불이익조치 절차를 멈추도록 권익위가 방심위에 요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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