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가스·연기 피해 대피로 택해야… 3층 이상서 뛰면 사망 위험 [뉴스 투데이]
대피 어려울 땐 젖은 수건으로 문 막고
연기 흡입 피한 뒤 위치 알려 구조요청
화장실 환풍기·수도꼭지 틀어도 도움
“다양한 화재 상황 가정한 훈련 필요”
대부분 아파트에서 화재 대피 훈련은 형식적으로 그치거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입주민들도 대체로 불이 난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지 않고, 관련 지침에도 무관심한 편이다. 수원 한 아파트에 사는 직장인 신유미(27)씨는 “집에 있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는지도 모르겠고 점검을 한 적도 없다”며 “평소 방화문을 닫아두라 하고 복도에 물건 내놓으면 대피 시 방해된다고 들었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아파트 화재를 본 후엔 신씨의 생각도 조금 바뀌었다. 그는 “지금껏 아무 일 없었으니 무심했지만, 평생 한 번이라도 날 수 있는 사고를 대비해서 평상시에 대피 점검 등을 잘 해놔야겠다고 실감했다”고 했다. 신씨는 성탄절 화재가 나기 전날 엘리베이터에 붙어있던 ‘화재대피요령’을 무심코 넘긴 자신을 떠올리며 “이제라도 숙지해야겠다고 느껴서 안내문을 다시 보니 화재 시 옆 라인으로 넘어갈 수 있는 문이 있다고 하더라”며 “있는지도 몰랐고,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 위치도 모르는 실정이다. 이런 것을 아파트 차원에서 알려주거나 강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화재로 연기가 나면 자세를 낮추고 입과 코를 젖은 수건으로 막고 벽을 짚으며 대피하라’는 일반적 원칙을 모든 상황에 적용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채진 목원대 교수(소방안전학부)는 “그런 일반론은 평면 공간에서만 유효한 것이고 도봉구 사건처럼 유독가스가 많이 올라오면 무용지물”이라며 “아무리 자세를 낮춰도 연기 흡입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도 3층에서 난 불에 20층에서 유독가스로 쓰러진 시민이 나온 것은 열린 방화문을 통해 계단이 ‘굴뚝효과’를 발생시켰기 때문이다.
채 교수는 “유독가스로 대피가 어렵다는 판단이 들면 집 밖으로 나오지 말고 출입문을 테이프나 수건으로 막아 연기가 못 들어오게 막고, 119에 자신이 몇 호에 있는지 알리라”고 조언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교수(소방방재학과)도 “이번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문을 열었는데 연기가 꽉 차 있다면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문 손잡이를 잡아보고 뜨겁지 않으면 살짝 열어보고 연기가 없을 때만 후다닥 대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소방방재학)는 “대피 요령을 좀 더 상세하게 잘 안내하면 좋겠다”며 “보통 옥상으로 못 올라가면 베란다에서 구조를 기다리는데 이번에는 밖에도 불이 타 베란다에 못 가면서 계단으로 올라가다가 위험해졌다”고 했다.
고층 건물일 때는 뛰어내리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채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화재가 났다고 뛰어내리지 않는 것”이라며 “2층 정도는 골절만 당하지만 3층 이상에선 머리로 떨어져서 사망 위험이 크다”고 했다. 이어 “이론적 화재대피교육이 아닌 체험 기반 경험 기반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지금의 안전 교육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물론 소방시설을 갖추고 잘 기능하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이 어떻게 대피하느냐가 인명피해 규모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한국은 설계·건축 단계에서 요구하는 수준은 높은 반면 행동 주체인 개인의 훈련에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훈련을 형식적으로 하거나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라며 “아파트 관리자 일부만 훈련하고 입주민 참여는 저조한 것 등이 대표적”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적극적으로 하도록 독려하려면 제재보다는 주민 참여가 높은 아파트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이창우 교수도 “내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에 대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사람들이 너무 공부를 안 하는 무관심이 안타깝다”며 “그러면 교육의 효과도 나타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지혜·윤준호·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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