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한동훈 특권포기`에 긴장… 거취 압박 받는 이재명

김세희 2023. 12. 2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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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정당 프레임 부각 의도
불체포특권 강조 우위 점할 듯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꽃다발을 들고 윤재옥 원내대표(왼쪽)와 나란히 서있다.<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총선 불출마와 불체포 특권 포기자 공천을 선언했다. 첫 등판부터 자신과 의원들이 기득권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며, 더불어민주당을 '기득권 정당' 프레임에 가두려는 의도다. 공천논란이 일찍부터 터진데다 세대교체마저 원할하지 않은 민주당 입장에선 비상이 아닐 수 없다. 당 일각에서 총선 승리를 위한 기득권 포기를 요구받는 이재명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 지도 주목된다.

당초 한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재임시부터 비례대표나 험지 출마, 대구·강남 등 텃밭 출마가 예견됐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26일 취임 입장 발표에서 "지역구와 비례로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분들만 공천하겠다"고 공언했다.

불출마와 기득권 포기는 민주당과 차별화하겠다는 의도다. 한 위원장은 "우리는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동료 의원들을 향해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 불체포특권을 활용해왔던 민주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에서 실패한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강조해 확실하게 이 대표에게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다.

민주당은 내심 긴장하고 있다. 한 위원장이 사심없이 총선 승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져 당의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와 영남권 의원들의 험지 또는 불출마를 이끌어낼 명분을 확보한 반면, 민주당은 현재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의 부적격 판정에 반발한 비명(비이재명)계 인사가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합류를 선언하는가 하면, 의원들 사이에선 '민주당 호남 친명 출마자 추천 명단'으로 파문까지 일고 있다. 이와 함께 인천 계양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비래대표 출마설도 당내 분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세대 교체론도 원할하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장제원 의원과 김기현 대표 등 친윤(친윤석열) 그룹 핵심인사가 2선으로 후퇴한 반면, 민주당은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 586운동권 주류에서 불출마 결단을 내린 사례가 별로 없다.지난해 6월 3선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역구(서울 중·성동갑)를 '험지'인 서초을로 옮긴 정도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6선)과 우상호 의원(4선), 오영환·강민정·홍성국·이탄희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이 중 4명이 초선 의원이다. 오히려 올드보이로 분류되는 전직 의원들이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총선 때마다 거듭됐던 용퇴론보다 복귀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만일 한 장관의 불출마 선언을 필두로 국민의힘 주류 세력이 '기득권 내려놓기'를 연달아 선언하면, 민주당이 구시대적 정당으로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어떤 결단을 내릴 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불체포 특권 포기 약속의 미이행, 사법리스크, 사당화 문제 등으로 이낙연 전 대표와 당내 혁신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이들이 탈당까지 시사했는데도, 이 대표는 묵묵부답이다. 당이 혁신의 무풍지대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앞서 이 전 대표의 '대표직 사퇴·통합 비대위 구성' 요구에 대해 "민주 정당에서 나올 법한 의견" 정도로 평가한 게 전부다.

그러나 대선 후보 지지율이 결단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여론평판연구소가 지난 22일 공개한 여론조사(20~21일 조사, 무선 ARS,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를 보면 '차기 대통령감으로 둘 중 누가 더 적합하느냐'는 물음에 한 위원장은 45%, 이 대표는 41%를 기록했다. 호감도 조사에서도 한 위원장이 47%로 42%를 얻은 이 대표를 앞섰다. 기득권을 내려놓은 한 위원장이 국민의힘 혁신에 성공하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이 대표도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확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명(비이재명)계 한 의원은 "사법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의원들이 이 대표 체제 유지를 지지했던 이유는 대권 후보 중 이 대표의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왔기 때문"이라며 "즉 ,지역구 의원이나 총선 출마 입지자들은 이 대표 지지율에 기대 총선을 치르려고 했었다"고 밝혔다.다만 "이들 입장에서 이 대표의 입지가 자신의 총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비토 여론이 확산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이 대표 입장에서도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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