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불출마로 '물갈이 주도권'…이재명과 대비 효과도

솔선수범 희생으로 대규모 물갈이 예고 해석…"승리 과실 안 가져갈 것"
취임 연설서 '헌신' 다섯번 언급…'2선 후퇴' 이재명 압박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취임 일성으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승리의 필수 조건으로 여겨지는 '인적 쇄신' 작업에서 당의 선장으로서 향후 확실한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이날 취임 연설에서 불출마 의사를 확고히 밝히면서 "승리의 과실을 가져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헌신'이란 단어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당의 새 선장으로서 작은 기득권도 갖지 않고 희생하겠다는 속내를 선제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앞으로 인적 쇄신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나올 반발에 휘둘릴 여지를 조기에 차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임 지도부의 퇴진을 야기한 요소 중 하나가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요구한 '주류 희생'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은 것인 만큼 한 위원장의 이런 제스처는 차별화를 통한 당심과 민심 얻기로도 여겨질 수 있다.

당내에서는 비정치인 출신인 한 위원장의 이 같은 첫 행보에 긴장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단순히 인적 쇄신 주도권을 보유하겠다는 것을 넘어 대규모 '물갈이'를 단행하려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미 차기 대권 주자로 인식되는 한 위원장의 정치적 명운이 이번 총선에 달려 있다는 점과 과거 국민의힘 계열 정당들의 총선 성적표가 대체로 '물갈이'에 성공했을 때 좋았다는 점에서 그가 파격적인 인적 쇄신에 나설 가능성이 작지만은 않아 보인다.

특히 현역 의원 중에서도 텃밭인 영남권 의원들과 친윤 주류들은 앞으로 한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한 위원장이 이날 수락 연설에서 '헌신'을 총 다섯 차례 언급한 것을 두고 사실상 기득권의 희생 요구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위원장은 공천의 공정한 경쟁을 약속하며 결과에 따른 당내 반발 등의 역풍 가능성도 사전 차단했다.

한 위원장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국민에게 헌신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실력 있는 분들을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현역 여부와 무관하게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공천하겠다는 원칙을 밝힌 것이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키면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경쟁 문턱은 낮춰 경쟁에 참여하는 것을 권장해야 한다"며 "차별 없이 경쟁 룰이 지켜질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친윤(친윤석열) 핵심'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김 전 대표의 대표직 사퇴로 다소 잠잠해졌던 주류 희생 불씨가 다시 살아나며 여당의 인적 쇄신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위원장의 이날 취임 일성은 사법 리스크로 리더십 문제가 제기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압박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운터파트인 여당 대표가 불출마로 희생을 솔선수범했다는 긍정적 이미지를 띄우면서 기득권을 놓지 않는 야당 대표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하면 총선 국면에서 선명한 대비 효과를 보여줄 수 있어서다.

한 위원장은 또 "불체포 특권 포기를 약속한 후보만 공천하겠다"고 선언하며 '방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 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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