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징계하려 가족 동원해 '셀프 민원'?...류희림 방심위원장 논란 가열
"'김만배 녹취록' 보도 방송사 심의 요청 민원
60여명 중 40여명이 류 위원장 가족·지인"
류 위원장 "민원 때문에 심의한 것 아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리한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관련 보도를 한 언론사들을 심의하도록 민원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류 위원장은 "민원 때문에 해당 언론사를 심의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원인 60명 중 40명이 가족·지인"
익명의 공익 신고자 A씨는 류 위원장이 ‘부패방지권익위법’과 ‘이해충돌방지법’ 등을 위반했다며 지난 23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부패 신고서를 제출했다. 신고서에 따르면 방심위에는 지난 9월 4일 오후부터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KBS, MBC, JTBC, YTN 등을 심의해 달라"는 민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같은 날 오전 이동관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출석해 “(녹취록을 최초 보도한 뉴스타파에 대해선) 수사 당국 수사와 별개로 방심위 등에서 엄중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나온 해당 보도는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해줬다고 주장하는 내용으로,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 언론인 출신 김만배씨가 2021년 나눈 대화의 발췌본을 인용했다. 이후 사실상의 허위 보도로 밝혀졌다.
방심위에는 9월 4~18일 60여 명이 제기한 민원 160여 건이 접수됐다. A씨는 신고서에서 “민원인 중 40여 명이 류 위원장과 직·간접적인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이 민원 100여 건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민원인에는 류 위원장의 동생, 아들, 처제, 조카 등 친인척과 그가 대표를 지낸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소속 공무원, 가족의 회사 동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의 민원 내용은 오타까지 동일하거나 매우 유사했다.
이례적인 상황임을 감지한 방심위 사무처 팀장은 류 위원장에게 이를 보고했고, 일부 직원들은 내부 온라인 게시판에 류 위원장의 심의 회피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류 위원장은 모든 심의에 참여했고, 두 달간 이 사안을 심의한 방심위는 지난달 13일 방송사 4곳에 1,000만~4,500만 원의 역대 최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A씨는 “사적 이해관계자를 통한 ‘셀프 민원’을 묵인함으로써 불공정한 심의를 했다고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방심위는 2011~2017년 전 위원장 등의 지시로 타인의 명의를 빌려 46건의 방송 민원을 제기한 팀장을 2018년 파면 조치한 바 있다.
류 위원장·여당 "신고자 고발"...야당 "해촉, 진상조사"
류 위원장은 26일 입장문을 내고 "민원 제기 후 심의가 이뤄졌다는 보도는 사실관계가 다르다. 당시 위원장 대행의 ‘단독부의권’ 행사로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민원 신청인들의 개인 정보가 불법 유출된 정황이 드러났다"며 "특별감사와 수사의뢰 등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과 제보 과정의) 범죄행위를 규명해 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가족 등의 민원 제기가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정치권으로도 논란이 번졌다. 국회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민주당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류 위원장의 청부 민원과 셀프 심의 및 관련 법 위반은 당장 파면해야 할 위법한 사안”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국기를 문란케 한 류 위원장을 당장 해촉하고 진상조사를 지시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은 “해당 정보는 방심위 직원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자료에 해당한다”며 “정보를 유출한 성명불상의 방심위 직원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A씨를 법률 대리하는 박은선 변호사는 “신고자는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한 일이 없고, 만에 하나 개인 정보 취득이 있었더라도 류 위원장의 이해관계 충돌 여부를 살피는 과정에서 부득이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공익제보 본질을 은폐하고 공익제보자를 공격해 사건을 왜곡하려는 시도”라며 “방심위는 공익제보자에 대한 감사·수사 의뢰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민원 사주’ 의혹에 대해 해명부터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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