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 20주년, 키워드는 파란 불꽃·와인·카시오페아 [종합]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동방신기 20주년, 키워드는 파란 불꽃·와인·카시오페아 [종합]
그룹 동방신기(TVXQ)의 데뷔 20주년 키워드는 파란 불꽃과 와인, 그리고 카시오페아였다. 파란색 불꽃처럼 열정적인 무대로 인정받으며, 와인처럼 숙성돼 가고 있는 그룹이라고 자평했다. 그리고 그 원동력은 팬덤 카시오페아로 꼽았다.
동방신기(유노윤호 최강창민)의 정규 9집 ‘20&2’ 발매 기념 기자회견이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콘래드 서울 호텔 3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의 진행은 방송은 재재가 맡았다.
‘20&2’는 동방신기가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준비한 앨범이다. 지난 2003년 12월 26일 SBS 송년특집 ‘보아 & 브리트니 스페셜’에서 처음 얼굴을 알린 것을 기념해, 같은 날짜로 앨범 발매일을 정했다.
이듬해 1월 14일 싱글 ‘허그’(HUG)로 정식 데뷔한 이들은 이후 ‘허그’(Hug)부터 ‘라이징 선(순수)’ ‘주문-미로틱’ ‘왜’ ‘믿어요’ 등으로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나 ‘80만 대군’으로 통했던 팬덤 카시오페아와 함께 한류의 초석을 다지며 1.5세대를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으로 우뚝 섰다. 20주년을 맞이하며 ‘장수 아이돌’ 대열에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
유노윤호는 “동방신기를 갓난아이로 표현한다면 성인식을 맞이하는 나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옆에 있는 창민이는 물론이고 많은 스태프들과 사람들을 거쳐서 뒤에서 지원해주고 버팀목이 돼 준 팬들 덕에 이 자리까지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최강창민은 “어떤 기념일에 큰 감흥이 있는 편은 아니다. 생일도 조용히 넘어가는 편이다. 그런데 가수, 동방신기로서의 20주년은 그래도 특별하게 다가오더라. 가수로서, 아이돌 출신 그룹으로서 20주년을 맞이할 수 있는 그룹은 사실 많지 않다. 감사하게도 우리 둘이 그런 특별한 날을 맞이할 수 있는 가수가 됐다는 자체에도 감사해야 하지 않나란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동료들의 깜짝 축하 메시지도 있었다. 그룹 에이치오티(H.O.T.)의 강타와 가수 보아를 비롯해 그룹 슈퍼주니어의 동해, 은혁, 희철, 신동, 려욱, 예성, 규현, 소녀시대의 태연, 유리, 효연, 그룹 샤이니의 민호, 키, 태민과 그룹 엑소의 수호, 레드벨벳, NCT 127, NCT 드림, 에스파, 라이즈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출신 가수들이 영상을 통해 축하를 전했다. 배우 최지우와 이장우, 방송인 조세호와 영화 감동 윤제균, 요리사 이연복 등도 이들의 20주년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유노윤호는 “SM 선후배들의 멘트도 감사하다. 우리 막내 친구들, 꼬꼬마들은 형이라고 부르고 직속 동생들은 선배님이라고 하는 게 재밌다. 그러면서 이연복 셰프, 윤제균 감독 등도 진심으로 축하한단 말을 해주셔서 창민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잘 살아왔다란 생각이 든다”라며 고마워했다.
최강창민은 “역시 또 이런 축하 멘트 등을 받는 걸 쑥스럽고 어색해한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이런 많은 셀럽들의 축하를 즐겨야 하지 않나란 생각이 들고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기쁘다”라고 했다.
20주년을 기념해 준비한 정규 9집에는 타이틀곡 ‘레벨’(Rebel)을 포함해 총 10곡이 수록돼 있다. 유노윤호는 “국내에서 5년 만에 인사를 드리는 만큼 앨범, 공연 등을 통해 20년 동안의 활동을 되짚으며 앞으로 20년 동안 활동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했다.
타이틀곡은 강렬한 드럼 비트와 무게감 넘치는 신스 베이스가 폭발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댄스 곡이다. 리드미컬한 트랙 위로 역동적인 보컬이 이끄는 극적인 사운드 전환이 듣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특히 가사에는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밀고 나아가는 자’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동안 동방신기가 걸어온 길을 투영하는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다짐까지 함께 만날 수 있다는 게 소속사와 동방신기의 설명이다.
최강창민은 “‘레벨’은 저항이란 뜻이다. 강렬한 느낌보단 사실 우리가 20년을 활동하다 보니 특정한 길에 정체될 수 있는 위치라 생각하는데 정체하지 않고, 나아가는 진취적 뜻을 담은 타이틀곡이기 때문에 그 메시지에 걸맞게 우리 동방신기의 현재의 음악, 앞으로의 음악성을 느낄 수 있는 앨범으로 채워지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유노윤호는 “지금까지 동방신기가 해왔던 음악뿐 아니라 SMP(SM Music Performance, SM스런 음악) 안 동방신기란 장르가 섞여있는 곡”이라며 “창민이와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분야, 강점들이 모인 곡이 ‘레벨’이다. 기존 관념의 반항이 아니라 정말 과거를 일정하고 그걸 우리 나름대로 해석해서 앞으로도 밀고 나가겠단 신념까지 들어간 앨범이다. 동방신기스럽고 새롭게 진화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더불어 이번 ‘레벨’ 뮤직비디오는 곡의 에너제틱한 분위기를 강렬한 영상미로 담았다. 동방신기표 퍼포먼스와 화려한 단체 군무 신이 어우러진다.
이 외에도 앨범에는 지난 2004년 발매한 ‘더 웨이 유 아’(The Way U Are)를 언플러그드 스타일로 재해석한 곡 등이 수록됐다.
최강창민은 “20주년이다 보니 조금 더 팬들에게 선물 같은 트랙을 담고 싶단 의견이 나와서 기존 곡 리메이크 의견이 많이 나왔다. 방송,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우리 동방신기의 노래를 커버해주시는 분들 중 ‘더 웨이 유 아’를 커버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기존 댄스곡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하니 재지, 소울풀해서 좋더라. 어른, 30대가 된 동방신기가 편곡해서 이 노래를 선물처럼 드리면 팬들이 좋아하시지 않을까란 생각에 골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귀걸이, 니 몸무게’ 이런 가사가 쉽게 상대에게 묻기 어렵다. 그만큼 상대에 대해 많이 알고 싶단 간절한 마음이 아닐까”라며 “예전보단 표현, 목소리, 톤 발성 등이 능숙해진 부분도 있다. 10대 때 저돌적, 직설적 매력이 있었다면 지금은 30대 중후반을 달리는 능수능란한 버전이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짚었다.
동방신기는 앨범 외에도 20년을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지난 23일 시작, 내년 1월 6일까지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특별전시장에서 전시회를 연다. 동방신기와 팬들이 함께 쌓아온 소중한 기억과 추억, 앞으로의 여정을 기약하는 의미 등을 담아 호평을 얻고 있다.
앨범 발매에 이어 동방신기는 이날 오후 8시부터 유튜브·틱톡·위버스 동방신기 채널 및 아이돌플러스를 통해 ‘20 이어스 앤드 카운팅 : 동방신기 ‘20&2’ 컴백 라이브’를 진행한다. 앨범 언박싱과 작업 비하인드는 물론, 특별한 스테이지 등을 준비한다.
정점은 콘서트로 찍는다. 오는 30~31일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2023 동방신기 콘서트 [20&2]’를 열고 국내외 팬들을 만난다.
최강창민은 “이번 아홉 번째 앨범뿐 아니라 여태까지 동방신기가 사랑을 많이 받았던 노래들을 기억해주시는 팬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20주년을 맞이했는데, 20년 전 풋풋하고 예뻤던 소녀팬들이 여전히 있어 주신다. 그분들이 공연을 보시고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릴만한 향수를 떠올릴 수 있는 곡들을 많이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를 많이 해달라”고 했다. 공연을 닷새 정도 남겨뒀지만 아직 준비 중인 단계라 조급하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앨범, 콘서트 등 20주년 기념 활동에 대한 질문도 있었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20주년을 맞이한 동방신기의 소회와 다가올 20주년을 대하는 자세, 그룹의 정체성 등에 관한 질문이 계속됐다.
후배들에게 “20주년은 결코 쉽지 않다”라고 엄살을 떨면서도 K팝 시장의 번영과 발전을 바랐다. 또 20주년의 원동력을 스태프, 팬들에게서 찾으며 공을 돌렸다.
최강창민은 “많은 힘과 원동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 우리를 잘 도와주는 스태프 여러분은 물론이거니와 셀 수 없이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중 가장 큰 힘은 역시 팬 여러분이 아닐가 생각한다. 팬 여러분이 계셔줬기 때문에 이렇게 기자간담회도 열고 연말 공연도 할 수 있고 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 분들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그분들을 실망시켜드리지 않고 멋진, 좋은 활동을 보여드려야 한단 생각으로 항상 임했고 그래서 지금까지 좋은 활동을 지속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했다.
유노윤호 역시 “창민이와 비슷할 것 같다. 팬들이 원동력이다. 또 동방신기라는 브랜드라고 표현을 하자면 처음부터 지금까지 같이 고생하신 분들, 그분들의 추억이 모여서 우릴 달리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가 싶다. 그게 별자리 카시오페아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20년을 보내고도 여전히 가슴이 뛰게 하는 동력 역시 ‘팬’이라고 했다. 최강창민은 “얼마 전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블루 자이언트’란 작품이었는데 굉장히 작은 스테이지 위에서 연주자 분들이 정말 미친 듯이 열정적으로 땀을 흘려가며 연주하는 모습을 보는데 그 작품 안에 있는 관객뿐 아니라 극장 안에 있는 관객들마저 매료가 되고, 진심으로 눈물을 흘려가며 응원하게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운을 뗀 후 “예전부터 동방신기의 매력이 뭐라고 설명을 해야할까 생각했는데 그 애니메이션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더라.무대도 그렇고 팬들과 함께하는 공간에서 그 어느 때보다 무대 위에서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소진하려고 한다. 뜨거운 불꽃 이상의 파란색 불꽃처럼 소진하기 때문에 우리의 그 불꽃과 뜨거움을 팬들이 사랑해주시기 때문에 지금까지 우릴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고 계속 해주시지 않나 생각한다. 그 분들을 위해서라도 가진 불꽃을 계속 뜨겁게 달궈가며 열심히 해보고 싶단 생각을 해본다”라고 말했다.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수식어도 바랐다. 최강창민은 “근래 들어 뭔가를 한결같이 꾸준히 하는 것 또한 굉장히 어려운 일이란 생각이다. 요새 들어서 그 긴 시간 동안 우리가 항상 뭔가 특별한 것을 확 준비했다가 잠깐 쉬었다가 그런 게 아니라 우리는 항상 꾸준했던 것 같단 생각을 한다. 우리는 우리 팀을 수식어로 설명하면 성실이라 생각한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답변일 수 있는데 요즘 들어서는 성실이란 게 어느 시대 때보다 점점 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빛이 나는 단어인 것 같다”라고 했다.
유노윤호는 “와인 같은 그룹인 것 같다”라며 “와인은 시간이 가고 숙성이 될수록 맛과 향이 진해진다. 물론 창민이가 나보다 와인을 잘 알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맛과 멋이 풍겨지는 그룹인 것 같다. 음악도 있지만 무대 위에서 더 빛나고 은은하게 남겨지고 있구나 해서 와인 같은 그룹이라고 표현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다가올 20년의 목표는 ‘꾸준함’으로 잡았다. 유노윤호는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을 한다. 첫 번째 20년은 후회 없이 가보자고 해서 한 번 정하면 적토마처럼 해왔다. 20년을 걷고 앞으로 20년을 생각한다면 느긋하게, 다치지 않고, 꾸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조용필, 남진, 나훈아, 박진영 선배들이 대단하다고 느낀 게 현역에 안도하지 않고 보여드린다는 모습 자체가 제일이지 않을까 싶다. 그 부분을 앞으로도 잃지 않아야한단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최강창민은 “20주년을 맞이할 거란 생각을 못했다. 뭔가 큰, 먼 목표를 보고 활동하기 보다는 하루하루 매일 있을 일들을 조금씩 하나하나 해가다 보니 데뷔 20주년을 맞이했듯이 목전에 있는 일들을 걱정해야 할 것 같다. 향후 20년을 활동하면 너무 행복하고 가수로서 영광스러울 것 같지만, 지금도 사실은 연말 콘서트가 준비가 덜 됐다. 여유로운척 하고 있지만 애가 타들어가고 있다. 콘서트를 무사히, 성공리에 멋지게 마무리하고 그런식으로 시간을 점차 늘려가다 보면 길게 호흡할 수 있는 가수가 돼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웃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송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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