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켐 '암 정밀타격 ADC' 세계 최고 입증

이우상 2023. 12. 2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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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체약물접합체(ADC) 선두 주자라고는 하는데 '진짜배기 빅딜'이 없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월 MSD가 다이이찌산쿄로부터 ADC 후보물질을 도입할 당시 임상 1상 단계 후보물질을 약 2조원에 가져갔다"며 "다이이찌산쿄가 ADC 분야의 오랜 강자인 것을 감안하면 레고켐바이오가 좋은 가격을 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레고켐바이오를 파트너로 낙점한 얀센이 ADC 항암제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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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임상1·2상 진입한 후보물질
"기술력 글로벌톱"…제값 받아
얀센의 항암제 개발 파트너로
후속 기술이전 사례 잇따를 듯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항체약물접합체(ADC) 선두 주자라고는 하는데 ‘진짜배기 빅딜’이 없다.”

그간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이었다. 2015년 처음 기술수출 물꼬를 튼 후 크고 작은 계약을 꾸준히 맺었으나 계약 상대방이 중국 기업이거나 선급금 규모가 작다는 등의 이유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 이 회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건 지난해부터다. 미국 대형 제약사 암젠에 1조6050억원 규모 기술이전을 하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마침내 국내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을 성사하며 한국 제약산업 역사를 새로 썼다.

 글로벌 선두권 ‘우뚝’


미국 머크(MSD)는 올 10월 일본 다이이찌산쿄로부터 28조5000억원에 ADC 후보물질 세 개를 도입했다. 지난 12일에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이 중국 ADC 개발사와 11조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ADC 개발사에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ADC 시장의 가능성 때문이다. ‘엔허투’ ‘파드셉’ 등 ADC 신약이 항암제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유도탄처럼 암세포를 정확히 찾아가 약물을 투여하는 ADC는 효능이 뛰어나면서 부작용은 적은 강점이 있다.

레고켐바이오가 얀센에 기술이전한 ‘LCB84’는 미국에서 임상 1·2상에 진입한 ADC 후보물질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에서 레고켐바이오가 글로벌 수준의 ‘몸값’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월 MSD가 다이이찌산쿄로부터 ADC 후보물질을 도입할 당시 임상 1상 단계 후보물질을 약 2조원에 가져갔다”며 “다이이찌산쿄가 ADC 분야의 오랜 강자인 것을 감안하면 레고켐바이오가 좋은 가격을 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ADC 기술 세계적 수준에 올랐다”

1억달러의 선급금뿐 아니라 2억달러의 단독개발 권리(옵션) 행사 조건도 주목받았다. 단독개발 권리는 LCB84의 임상시험 주도권을 얀센이 가져올 때 레고켐바이오에 내는 돈이다. 향후 LCB84의 사용처를 얀센의 ‘입맛’대로 늘리기 위해선 이 옵션을 행사해야 한다. 가령 경쟁약인 ‘트로델비’는 승인받은 삼중음성유방암 외에도 위·식도암이나 방광암 환자 등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다. 트로델비는 지난해 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레고켐바이오를 파트너로 낙점한 얀센이 ADC 항암제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얀센은 1년이 넘도록 레고켐바이오와 LCB84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검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레고켐바이오의 ADC 기술력이 세계적 수준에 올랐다는 걸 인정받은 것”이라고 했다.

 독자 임상 후보물질이 빅딜로 이어져

LCB84는 레고켐바이오가 미국에서 파트너사 없이 독자적으로 처음 임상에 진입한 ADC 후보물질이다. 독자 임상에 들어간 첫 번째 후보물질이 역대 최대 규모 기술수출의 주인공이 됐다. 이전까지는 임상에 진입하지 않고 동물실험에서 얻은 데이터(전임상)로 기술수출했다. 기술이전 실적은 비교적 빠르게 쌓았지만 계약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레고켐바이오는 개발 중인 다른 후보물질을 임상에 올려 ‘차기 빅딜’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독자 개발 중인 ADC 후보물질은 3개다. 이 중 하나는 경쟁자가 없는 최초 신약이다. 투자업계는 레고켐바이오가 다국적 제약사에 높은 몸값으로 기술이전 실적을 낸 만큼 후속 기술이전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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