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선 지재권 이야기] 다변화된 기술유출 선제적 대응 필요

김충제 2023. 12. 2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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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R&D센터 세우거나
외국인투자 기업 등 통해
정부 체계적인 관리 필요
최효선 광개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한국상표디자인협회 수석부회장
미중 기술패권 경쟁을 시작으로 기술주권 확보의 중요성을 인식한 주요국들이 첨단 전략기술 육성을 위한 정책을 수립·추진 중이다. 각국의 기술패권 경쟁은 직접적인 물리적 충돌은 피하면서 기술의 절대 우위를 누리기 위해 다양한 경제적·비경제적 수단을 동원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 및 기관 간 산업기술 탈취 시도는 점점 증가 추세에 있으며 그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 '산업기술'과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 적발건수를 총 126건으로 집계하였다. 관리당국에 적발되지 않은 유출건수까지 합치면 실제로는 적발건수보다 더 많은 첨단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술유출 실태는 전형적인 산업스파이를 통한 잠입탈취 방식에서 좀 더 진화하여 실제로 당사자는 스스로 본인이 기술유출행위를 한다고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술탈취가 시도된다. 예전에는 전·현직 임직원으로부터 기술자료를 받거나 해외 소재 기업으로 이직하도록 하여 국내기업이 보유한 기술자료를 탈취하는 것이 전형적이었다. 최근에는 기술탈취를 노리는 목표기업의 자회사 등에 위장취업을 하거나 협력업체의 지위를 이용, 목표기업의 정보 등을 우회로 유출하는 방식이 많이 이용된다. 나아가 외국계 사모펀드 및 외국인투자기업을 통해 겉으로는 정상적 기업투자로 위장하면서 실제는 목표기업의 기술정보에 대한 기술유출이 시도되고 있다.

또 다른 방식으로는 국내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여 기술탈취를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하는 사례도 발견된다. 이러한 곳들은 한국에 진출하면서 자본력을 이용하여 우수한 국내 기술인력을 흡수하고 있다. 특히 고액의 연봉과 인센티브 제공으로 목표기업 임직원을 유인하고 있는데, 외국회사의 국내 R&D센터 연구인력으로 이직하는 일은 당사자의 심리적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사후적으로 기술유출이 발생한 후 단속하기 전에 국내 연구센터 구축단계에서 국가핵심기술 보유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시 안보심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외국기업의 R&D센터 설립요건을 강화하고 운영단계에서도 기술유출 우려가 있는 경우 정부의 적극적인 조사권이 발동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사례는 해외에 본사를 둔 자문중개업체를 통하여 전·현직 기술인력에게 일대일 자문을 의뢰하는 방식의 기술탈취 시도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해서 난이도 높은 질문을 순차적으로 의뢰해 당사자가 거부감 없이 자문을 하도록 유도하면서 점점 더 기술적 가치가 높은 사업기술, 국가핵심기술을 탈취하는 것이다. 현재 자문중개업 및 컨설팅업을 통한 자문 규제제도가 미비한 관계로 자문사항이 현행법률 위반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기술탈취가 이루어진 후 사후적 단속과 처벌에 의존하고 있다. 이 또한 자문 의뢰 시 실명확인 절차를 이행하거나 관련기록 일정 기간 보관 및 정보수사기관 제공의무를 부여하고 기술유출 의심 정황 시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등 산업기술보호법을 개정하고 근거규정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국제협력 공동연구가 빈번해짐에 따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탈취 사례가 많이 발생한다. 최근 공동연구 위탁연구개발에서 자율주행차 핵심기술 중국 유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다. 해당 교수는 중국대학과의 협약에 따른 공동연구 수행이라고 주장하지만 공유된 연구자료가 국가핵심기술에 해당될 수도 있다는 의견에 따른 것이다. 외국과의 공동연구개발이 빈번해지고 국가 차원에서 장려되고 있으나 그 과정에서 기술유출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연구기관이 외국으로부터 받는 지원금 및 공동연구 현황을 공개하고, 특히 국가연구개발비를 지원받은 연구자에 대한 조사·정보수집 권한에 대한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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