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이 시대정신"… 미래 vs 과거 구도 승부수

임재섭 2023. 12. 2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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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의 언어는 달랐다
불출마·기득권 포기로 野 압박
선당후사 대신 선민후사 강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꽃다발을 받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사에서 내놓은 키워드는 불출마와 선민후사(先民後私), 운동권 정치 청산, 기득권 포기다. 키워드에는 한 위원장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가 묻어난다. '불출마선언'을 앞세워 '기득권 타파'를 이슈로 띄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차별화하는 의지가 담겨있다. 특히 86 운동권 청산을 주장한 건 미래세력 대 과거 기득권 세력의 대결 프레임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운동권 정치 청산해야"=한 위원장은 이날 수락연설에서 민주당을 겨냥해 "그런 당을 숙주 삼아 수십년간 386(과거 '3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세대)이 486, 586, 686이 되도록 썼던 영수증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싸워야 할 대상으로 현 민주당의 주류인 운동권을 정면 겨냥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또 △만주벌판의 독립운동가들 △다부동 전투·인천상륙작전·연평해전의 영웅들 △백사장 위에 조선소를 지었던 산업화의 선각자들 △전국의 광장에서 민주화를 열망했던 학생들과 넥타이부대들을 언급했다. 산업화 세대부터 민주화 세대까지를 망라한 것으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꾼 수많은 국민들 중 운동권만이 권력을 장기간 누려온 특권층이라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그간 보수진영이 '종북'이나 '좌파' 등의 단어로 상대진영을 비판해온 것에서 벗어나 특권층에 맞서는 국민 우선 소수당의 대결 프레임으로 국민을 설득하겠다는 복안이다.

◇"지역구도 비례대표도 출마 않을 것"=한 위원장은 연설에서 불출마 선언을 했다. 정치권에서 그간 총선을 앞두고 영입 인사에게 공천을 주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은 '특권 내려놓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예를 들어 김종인 전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은 지난 2016년 총선 때 비대위원장을 맡아 총선 전 어려움에 처해있던 민주당을 이끌면서 비례대표 2번을 받았다.

한 위원장은 지역구나 비례대표 후보로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도 그의 출마를 상수로 보고 이런저런 전망을 해왔다는 점에서 한 장관의 불출마는 파격적이다. 특히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대비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한 위원장 개인의 사리사욕을 포기한 만큼, 거리낌 없이 전권을 휘두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자신의 공천을 두고 불거질 시비가 원천 차단된 만큼 공천 물갈이 등 운신의 폭을 넓게 가져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선민후사= 한 위원장이 연설에서 선민후사를 강조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는 선민후사를 언급하면서 "선당후사(先黨後私)는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선당후사는 '당을 먼저 생각하라'는 의미로, 그간에는 험지출마론 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많이 쓰였다.

때문에 한 위원장이 선민후사를 언급한 대목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공천과정에서 잡음을 없애고 외연 확장을 시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한 위원장이 비서실장으로 '영남 초선' 김형동 의원을 발탁한 것도 같은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키면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경쟁의 문턱을 낮춰 경쟁에 참여하는 것을 권장해야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차별없이 경쟁의 룰이 지켜질 거라는 확고한 믿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공천 과정에서 특정인에 대해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차원으로 해석한다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서도 당 시스템에 따라 공정하게 경쟁하라는 뜻으로 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정교하고 박력있게"=한 위원장은 연설 과정에서 '정교'는 5번, '박력'은 3번 언급하며 국민의힘이 기존과 다른 행보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국민의힘이 지금보다 유권자들에게 투표해야하는 이유를 더욱 상세하게 설명해나가야 하고, 이를 총선 과정에서 실천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한 위원장은 "당대표가 일주일에 세번, 네번씩 중대범죄로 형사재판받는, 초현실적인 민주당인데도 왜 국민의힘이 압도하지 못하는지, 함께 냉정하게 반성하자"면서 "국민의힘이 잘해 왔고, 잘 하고 있는데도 억울하게 뒤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치는 누가 이기는지에 못지 않게, 왜 이겨야하는지가 본질"이라며 "우리는 미래를 정교하게 준비하기 위해서, 이 위대한 나라와 동료시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이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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