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임대차 연장 거절, 임대인이 ‘실거주’ 증명해야”

최민영 2023. 12. 2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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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몇몇 집은 내가 살았던 집인데 때로는 내쫓음을 당하여 떠돌아 다니었네" 조선시대 문신 김종직은 셋방살이 설움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셋방살이...이 설움은 오늘날이라고 다를까요.

2021년, 서울에서 전세를 살던 A씨는 계약갱신청구권으로 2년 더 살겠다고 임대인에게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임대인은 본인이 거주하겠다며 갱신을 거절했는데요.

그런데 집주인은 실거주는 커녕 집을 팔아버렸습니다.

현행 임대차보호법으론 소유주가 들어와 살겠다고 하면 세입자로선 계약을 연장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실제로 집주인이 그 집에 들어와 살지않는다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는 있지만, 입증하기가 쉽지 않죠.

그런데 이런 경우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를 직접 증명해야 한다는 첫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최민영 기자가 알려드립니다.

[리포트]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임대차 계약 연장을 거절하는 경우, 실거주 의사를 증명할 책임은 집주인에게 있다는 첫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는 한 집주인이 전세 세입자를 상대로 낸 건물인도소송에서 집주인의 계약갱신 거절이 정당했다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재판부는 "집주인과 그 가족이 실제로 거주하려 한다는 이유로 계약 연장을 거절했다면, 이를 집주인이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의 집주인은 2019년 1월 세입자와 보증금 6억 3천만 원에 2년간 아파트 전세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 기간 만료가 임박했던 2020년 12월 세입자는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는데, 집주인은 "가족과 함께 아파트에 실거주할 계획"이라며 계약갱신을 거절했습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이 실거주하려는 경우엔 계약 연장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1심과 2심은 실제 거주 의사가 없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실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 거절은 적법하다며 집주인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실거주하려는 임대인의 의사가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사정이 인정된 경우에 실거주 의사의 존재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집주인은 "근처 다른 아파트와 함께 다른 지역에도 주택을 소유하고 있고, 갱신 거절 시점엔 자녀 교육을 위해 다른 지역 주택에 거주하고 있었다"면서 "해당 아파트에 살아야 할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특히 실거주 의사를 판단하는 기준을 새롭게 제시했습니다.

집주인의 주거 상황, 직장이나 학교 등 사회적 환경, 실거주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등을 살펴야 한다는 겁니다.

또 계약 갱신요구를 거절한 전후 집주인의 사정과, 실제 거주 의사와 모순되는 집주인의 언행이 있었는지 등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대법원은 판단했습니다.

KBS 뉴스 최민영입니다.

영상편집:장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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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영 기자 (mym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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