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개발사업' 함께 닻 올렸지만···"경기에 취약, 자충수 될수도"
6.4조 HMM 우선협상자 선정 이어
6.8조 양재동 물류단지 승인 눈앞
HMM 품어도 유보금 사용 안 해
金회장 "적자 내지 않을 자신 있다"
HMM(011200) 인수를 위한 본입찰이 있었던 지난달 23일, 김홍국 하림(136480)그룹 회장이 시장의 예상보다 높은 6조 4000억 원대의 인수 금액을 적어내라고 지시하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실무진 생각보다 더 큰 수치였다. HMM 매각 과정에 정통한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26일 “김 회장은 내년에 해운 업황이 나빠지더라도 적자를 내지 않고 HMM을 잘 운영할 자신이 있다는 입장을 내부적으로 수차례 언급했다”면서 “그룹 차원에서는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도 HMM 인수와 함께 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1978년 전북 익산에 황등농장을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1986년 하림식품과 1990년 하림을 설립하며 대기업을 일궈낸 김 회장이 또 한 번의 큰 도전을 앞두고 있다. 국적 선사 HMM 인수와 서울 양재동 물류단지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림그룹은 자신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총 13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제대로 끌어올 수 있겠느냐며 걱정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HMM의 경우 팬오션이 최대 3조 원 유상증자를 하고 인수금융을 통해 2조 원 이상을 조달하는 계획을 촘촘히 세워놓았다는 것이다. 특히 하림은 이날 HMM 인수 과정에서 유보금(현금)을 한동안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HMM은 약 10조 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곳간에 쌓아두고 있다. 하림그룹은 “MSC와 머스크(MAERSK) 등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불황에 대비하고 있는 만큼 HMM의 유보금도 이에 대비하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림은 배당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IB 업계에서는 사모펀드 운용사(PEF) JKL파트너스가 HMM 인수전에 함께 뛰어들었다는 점을 고려해 향후 배당 확대를 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림그룹은 “과거 팬오션 인수 뒤 5년 동안 배당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림그룹 내부적으로도 HMM 인수 이후 한동안 배당을 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하림 측은 영구채 전환 유예와 관련해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이라고 밝혀 추가 협상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림그룹 성장을 위한 또 다른 축인 양재동 물류단지 인허가도 승인됐다. 서울시는 이날 물류단지계획 통합심의위원회 본심의를 개최하고 서울 서초구 양재동 225번지 일원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 사업 계획안에 대해 ‘조건부 통과’ 결정을 내렸다. 약 8만 6000㎡ 규모의 부지에 물류·업무·문화·교육연구와 주거 및 숙박 시설 등이 복합으로 들어선 스마트시티를 건설하는 내용이다.
사업 계획에 따르면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는 용적률 800%, 건폐율 60%를 적용받아 최고 높이 220m, 지하 8층~지상 58층 규모로 조성된다. 연구개발(R&D) 연구 공간이 담긴 오피스와 숙박 시설이 각각 1개 동 건립되며 아파트는 총 4개 동으로 총 998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오피스텔은 972실이 건립된다.
다만 일대 교통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는 △신분당선 역사 신설 시 사업비 부담 △신양재IC 신설에 대한 사업자 분담 비율 상향 △지상부 주차장 램프 이외에 카 리프트 설치 등을 조건으로 달았다. 시는 이번 결정으로 서울시 물류단지 필요면적 185만㎡ 중 44만㎡가 확보됨에 따라 일일 화물차가 1만 1150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양재 물류단지 착공 시점은 2025년으로 예상된다. 2029년 말 준공이 되면 2030년부터 물류단지를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대는 국방부 대공방어협조구역에 포함돼 220m 이상의 건축물 건립이 어려웠지만 수도방위사령부가 최근 심의를 통해 최고 253m 높이의 건축물까지 가능하다는 의견을 전달하며 초고층 건축이 가능해졌다.
지금으로서는 6조 8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사업비에도 불구하고 기존 안보다 분양 물량이 늘어 사업 추진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변경 안은 이전 계획보다 오피스텔이 630실 늘었다. 하림그룹은 사업비를 자기자본 2조 3000억 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6500억 원 외에도 3조 8000억 원에 달하는 분양 수입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금융계의 고위 관계자는 “당장은 자금 조달과 운영에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해운과 건설 모두 경기 진폭이 큰 업종이라 양쪽 경기가 동시에 꺾이는 상황이 오면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필 기자 susopa@sedaily.com이충희 기자 midsun@sedaily.com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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