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치 이용자 모셔라”…네이버-아프리카TV 각축전 본격화
유명 스트리머 확보에 주력하는 아프리카TV…‘영입설’에 주가도 급등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의 한국 사업 철수로 '반사 이익'을 노리는 주요 플랫폼 간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네이버 '치지직'이 공개 초기 돌풍을 일으킨 가운데, 아프리카TV가 트위치 출신 인기 스트리머를 끌어 모으는 '영입 전략'을 펼치면서 두 플랫폼에 관심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전통 강자 위협…후원 정책 확대하는 네이버
치지직은 지난 19일 서비스를 공개하고 현재 공개 베타 테스트(OBT)를 운영하고 있다. 26일 인터넷 방송 통계 웹페이지 소프트콘뷰어십에 따르면, 치지직의 이용자 수는 공개 이틀만인 지난 21일 약 11만 명을 기록했다. 치지직 모바일 앱은 애플 앱 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모두 인기 순위 1위를 달성했다.
같은 날 트위치 이용자 수는 일주일 전인 14일보다 7만 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치지직이 공개된 이후 시청자들 사이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소프트콘뷰어십은 "네이버의 치지직 서비스가 19일 시작된 이후 트위치에서 대규모 이용자 이동이 감지됐다"며 "일부는 아프리카TV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인기 트위치 스트리머인 침착맨이 진행한 치지직 첫 방송에는 1만5000명에 달하는 이용자가 몰리는 등 대규모 이용자들이 치지직에 집결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치지직이 후발주자로서 선방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화질 부분에서 호평을 받았다. 당초 트위치는 망 사용료로 인해 국내에서 해상도를 720p로 낮추고, 다시 보기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 등 서비스를 제한한 바 있다. 치지직은 공개 첫날부터 △해상도 1080p △60프레임 △1만kbps 등 고화질 서비스를 제공해 이러한 부분을 보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자 치지직은 정책 완화를 통해 서비스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5일 치지직은 스트리머를 후원하는 재화인 '치즈' 사용 범위를 모든 등급의 스트리머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또 베타 테스트 기간 동안 프로 등급 스트리머의 타 플랫폼 방송 송출과 후원을 통한 수익 창출을 허용했다. 네이버페이와의 연동으로 편의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치즈의 사용 범위를 넓히고, 네이버 검색, 게임 판, 네이버 카페, 클립 등과의 연계를 통해 서비스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한국 트위치를 집어삼킬 수 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트위치의 주요 스트리머들이 네이버 카페 등 네이버 커뮤니티를 적극 이용하고 있는 만큼 트래픽 확보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며 "치지직은 네이버페이 및 기존 네이버 멤버십과도 연계될 예정이므로 네이버 플랫폼을 활용하던 기존 사용자들에게도 매력적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스트리머 이동설에 주가 급등한 아프리카TV…이미지 쇄신 꾀해
치지직이 신흥 강자로 떠오르자 아프리카TV도 바빠졌다. 데이터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국내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은 트위치 52%, 아프리카TV 45%다. 트위치를 뜨는 이용자들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국내 스트리밍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다.
아프리카TV는 트위치를 이탈하는 스트리머를 영입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트위치가 국내 서비스 종료를 선언하자 아프리카TV는 플랫폼 간 계정 연동을 골자로 하는 '트위치 웰컴(Twitch Welcome)'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트위치 스트리머와 이용자가 별도의 회원가입 없이 아프리카TV로 옮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또 과거 트위치에서의 방송 시간을 인정해 '베스트BJ' 지원 자격을 주는 등 유명 스트리머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인기 스트리머의 '이동설'이 떠오를 때마다 아프리카TV 주가는 급등세를 탔다. 지난 25일 트위치 1위 스트리머 '우왁굳'이 아프리카TV로 이동을 시사하자, 26일 아프리카TV 주가는 장중 한 때 13%까지 상승했다.
김 연구원은 "트위치의 국내 사업 철수 후 주요 트래픽은 치지직으로 이동할 전망이지만, 트위치 여성 스트리머의 50%만 영입하더라도 내년 아프리카TV의 영업이익은 기존 전망 대비 18% 높을 것"이라며 "치지직의 실패 시, 밸류에이션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더해 아프리카TV는 사명 변경을 통한 이미지 쇄신도 꾀하고 있다. 서수길 아프리카 TV CBO(최고 BJ 책임자)는 최근 아프리카TV의 명칭을 '숲(SOOP·가칭)'으로 바꾸고 사명 또한 아프리카TV에서 '숲 코리아'로 변경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간 아프리카TV는 일부 BJ들의 욕설, 음주 행위를 비롯해 후원 재화인 '별풍선' 사행성 논란 등으로 구설에 휘말려 왔다. 업계는 아프리카TV가 시장의 격변을 계기 삼아 그동안 누적된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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