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 정글'서 탈출···동·서양 美 버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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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아트(Junk art)는 버려진 잡동사니나 폐플라스틱, 폐품 등을 활용해 조형물 등 예술작품을 만드는 작품 제작 방식의 일종이다.
기후온난화가 세계적인 화두가 되면서 수많은 예술가들은 버려진 물건을 작품화 하는 정크아트에 참여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실용성에 집착한 나머지 예술성에 힘을 실어주지 못한 작품이 탄생하곤 한다.
최근 국내에서 오랜 시간 폐품으로 모아 작품으로 만드는 작업 활동을 해 온 원로작가 임충섭(82)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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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화된 캔버스 넘어 전시장 활용
맨해튼 흙·뉴욕거리 폐품 등 선봬
동양 철학에 서양 미술재료 덧칠
80대 원로작가 끝없는 변화 모색
정크아트(Junk art)는 버려진 잡동사니나 폐플라스틱, 폐품 등을 활용해 조형물 등 예술작품을 만드는 작품 제작 방식의 일종이다. 기후온난화가 세계적인 화두가 되면서 수많은 예술가들은 버려진 물건을 작품화 하는 정크아트에 참여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실용성에 집착한 나머지 예술성에 힘을 실어주지 못한 작품이 탄생하곤 한다.
최근 국내에서 오랜 시간 폐품으로 모아 작품으로 만드는 작업 활동을 해 온 원로작가 임충섭(82)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막을 올렸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임충섭의 개인전 ‘획’은 1980년 대부터 최근까지 작가가 제작한 40여 점의 작품이 관람객을 만난다.
작품을 구성하는 재료는 폐품이지만 작품을 둘러싼 이야기는 시대와 장소를 넘나든다. 전시실 1층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 ‘흙’은 작가가 미국 맨해튼에서 직접 가져온 흙이다. 흙이 다 똑같은 흙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작가는 흙을 ‘모든 동식물의 생명의 근원’이자 ‘어린 시절의 자연과 어머니로 연결되는 매개체’로 해석한다. 작가는 막 발굴된 유적지처럼 한 움큼 놓여있는 흙, 짓다 만 건물의 밑바닥처럼 단단하게 쌓여 있는 흙덩이로 생명의 유한성과 자연의 순환, 인간의 한계 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고자 한다.
2층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은 ‘길쌈'이다. ‘길쌈’은 자연과 문명의 만남을 건축적 접근으로 시각화 한 키네틱 설치작품이다. 나무로 된 기다란 구조물을 벽면에 세워 두고 두 개의 조형물이 서로 마주 보고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게 하는데, 이는 마치 우리의 전통 기구인 전통 베틀을 연상케 한다. 작품 아래에는 하와이의 밝은 달과 작가의 작업실 근처 미국 허드슨 강이 흐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이 상영된다. ‘길쌈’은 하나의 특정한 구조물이나 영상 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구조물을 지지해주는 벽, 영상을 보여주는 바닥 등이 모두 작품의 일부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여백에서 진리를 찾는 동양미술과 서구의 개념·설치 미술을 잇는 새로운 개념의 미술을 창조한다.
2층 전시장 한쪽 벽면에는 몇몇 폐품이 촘촘히 붙어 있다. 자전거 안장, 오래된 건물에 나뒹굴던 쇳덩이, 녹이 슨 문고리 등이다. 작가가 20년간 뉴욕의 길거리를 산책하며 모은 오브제다. 작가는 이 작품에 ‘발견한 오브제’라는 이름을 붙였다. 작가는 ‘모든 사물에 기억과 역사가 있다’며 길에 떨어져 있던 오브제를 수집해 색을 입하고 조각해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역사를 부여한다.
지하 전시장에는 임충섭을 상징하는 ‘아상블라주’ 작품을 볼 수 있다. 아상블라주는 종이나 베의 조각 등을 화면에 붙이는 작품 형식이다. 임충섭은 ‘사각형’의 정형화 된 캔버스가 아닌 자신 만의 ‘변형’ 캔버스에 구축해 아상블라주의 대가로 불린다. 작가는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전통적인 사각형 정글에서 탈출을 시작했다”며 자신의 작품을 설명했다.
이번 전시명 ‘획’은 동양 서예의 ‘획', 동양철학의 ‘기’와 더불어 화면에 오일, 아크릴 등 서양 미술의 재료를 덧칠하고 오브제를 얹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작가는 "우리의 조형 미학은 획으로의 출발"이라며 "물론 단색적 미니멀의 조형 양태로의 말을 쓸 수 있겠지만 그 오랜 동양의 서예 동양화의 그 '획'은 우리의 중요한 미학적 근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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