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성매매 업소 주인” 친구 대타로 경찰 간 빗나간 우정

연합뉴스

"나 이번에 잘못되면 구속이야…도와줘 친구야"

성매매 업소 운영이 적발되자 친구를 대신 경찰서에 출석시킨 업주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경찰에 나간 친구는 진짜 업주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진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얘기에 결국 꼬리가 잡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유동균 판사는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기소된 A(34) 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A 씨는 서울 강남 등에서 오피스텔을 이용한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다가 2017년 7월 경찰에 단속됐다. 그는 이미 같은 해 2월 한 차례 단속돼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동종 범행이 적발돼 수감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자 A 씨는 친구 B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B 씨에게 전화해 "나는 이번에 잘못되면 구속이 될 수도 있으니 네가 업주인 것처럼 행세해 달라. 벌금이 나오면 대신 내주겠다"고 말했다. B 씨는 바로 A 씨의 영업용 휴대전화로 경찰관에게 전화해 자신의 신분을 밝혔고 총 네 차례 경찰서에 출석해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B 씨는 이 과정에서 A 씨 존재를 숨기려 노력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B 씨는 "업소는 A 씨의 소개로 100만 원에 인수했으며 사이트에 본인이 직접 광고하고 업소 여성도 직접 면접을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사 때마다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됐다. B 씨의 진술은 조금씩 달라졌고, 결정적으로 오피스텔 임대차계약서 시점이 단속 이후였다. 결국 경찰은 진짜 업주가 A 씨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다만 B 씨가 대신 수사받는 사이 형사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탓에 성매매알선 공소시효인 5년이 지나 A 씨는 이 죄로는 처벌을 피하게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수법이 불량하고 수사에 상당한 혼선을 초래했다"며 "뒤늦게나마 A 씨가 범행을 인정한다고 했더라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임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