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특검땐 與 치명타 … 거부권 쓰더라도 특별감찰관 임명을"
한동훈 "특검법은 악법 … 당과 논의" 재차 밝혀
거부권 행사 안하면, 총선내내 수세 몰릴 가능성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권이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의 강행 처리를 예고한 상황에서 여권은 외견상 외통수에 걸려든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과 관련해 어떤 선택을 내려도 김건희 여사를 정치적 소재로 활용하려는 더불어민주당의 여론전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과도한 정쟁을 차단하기 위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국민을 이해시킬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6일 취임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특검법에 대한 질문에 "총선을 위한 악법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당에서, 원내에서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선 충분히 보고받고 같이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전날 정부·여당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이 모여 사실상 거부권 방침을 분명히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권 입장은 결국 거부권 행사로 정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날 여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야당의 한풀이' '망신 주기용'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쌍특검법은 사법적 정의의 실현과는 아무 상관이 없고 처음부터 총선용으로 기획된 국민주권 교란용 악법"이라면서 "지난 5월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특검이 실시되고 있는 과정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정치적 정략을 숨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 원내대표는 "50억 클럽 특검법은 검찰이 하는 대장동 수사를 지연시켜 총선 동안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대장동 사건 재판을 물타기하려는 것"이라며 "도이치모터스 특검법은 윤 대통령 내외를 모욕하고, 이를 득표에 활용하겠다는 목적이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비공개 당정대 협의회에서 '조건부'를 포함해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조건부 수용 가능성에 대해 "이 시점에서 민주당도 (조건부 특검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반면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미 특검법은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만큼 28일 본회의 처리를 미룰 수 없다"며 여당을 거듭 압박했다. 홍 원내대표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입장은 국민의힘 비대위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대치 상황에 대해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총선 정국에서 수사 상황이 중계하듯 브리핑되면 여권에는 치명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거부권 행사 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특검법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민들이 유죄로 단정 지을 수 있다"며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야당의 '정치 공세'라고 방어막을 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고 제2부속실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약으로 2015년 처음 도입됐다.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특수관계인의 비위 행위를 감찰하는 기관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에는 검찰 출신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임명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사정 기능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장관을 지낸 한 여권 인사는 "특검법과 딜을 하는 식으로 특별감찰관을 설치하는 것은 맞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긴 호흡으로 봐서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김건희 여사와 일가에 대한 국민들의 의심을 지우기 위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는 게 맞는다"고 조언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제2부속실이 없기 때문에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것"이라며 설치 필요성에 공감했다. 대통령의 배우자를 전담하는 제2부속실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아직까지 설치되지 않고 있다.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는 "대통령의 파워는 국민에게 직접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온다"며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에게 이유를 직접 분명하게 밝혀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동철 기자 / 전경운 기자 / 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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