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서 버티고 진술도 거부하는 송영길…법조계 “재판 준비 돌입”
법조계 “불리한 점 줄이려는 재판 대비 전략”
검찰, 조사 마친 뒤 사법처리 여부 결정할 듯
2021년 더불어민주당 돈 봉투 의혹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송영길 전 대표가 18일 구속된 후 사흘 만에 검찰 소환에 응했다. 그러나 진술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송 전 대표가 향후 재판에서 생길 불리한 정황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역시 법원이 송 전 대표 혐의가 일정부분 소명된다고 한 만큼 무리하게 구인해 조사하기보다는 재판 전 증거관계나 사건 관계인들의 진술을 확인한 뒤 기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26일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송 전 대표를 조사했다. 조사를 마친 뒤 송 전 대표 측은 “검사의 신문 모두에 대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했고, 판사가 주재하는 공판에서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송 전 대표는 다시는 부르지 말라고 이야기하며 검찰청을 떠났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은 송 전 대표에게 오전 10시에 출석하라고 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그러다 송 전 대표 측은 약 1시간 뒤 “오늘 오후 2시 검찰에 출정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기소될 때까지 더 이상 검찰의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검찰 소환 조사에 응할지 여부를 두고 검찰과 송 전 대표가 기싸움을 하는 모양새다.
검찰이 구속된 피의자를 소환하려면 피의자가 있는 구치소에 소환장을 보내야 한다. 피의자는 교도관으로부터 소식을 전달받은 후 조사에 응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송 전 대표처럼 거부하면 검찰은 강제로 구인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69조는 구속에는 구인과 구금의 의미도 포함한다고 규정한다. 즉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던 구속영장을 집행하는 것으로, 별도의 체포영장 없이도 피의자를 조사실에 앉힐 수 있다.
이때 검찰은 실효성을 고려해 강제 구인을 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송 전 대표는 구속 전부터 “검사 앞에선 아무 말도 안할 것이고 판사 앞에서 하겠다”고 공공연하게 진술 거부권 행사 의향을 밝힌 바 있다. 검찰이 강제 구인을 한다고 한들 아무것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송 전 대표가 검찰에 억지로 끌려가는 그림이 만들어지면 ‘정치 검찰 수사의 피해자’라는 프레임이 강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과거에도 송 전 대표처럼 구속되고도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은 피의자들은 여럿 있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됐던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대표적이다. 최씨는 2016~2017년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특검의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당시 특검은 추가 혐의로 최씨의 대한 체포영장을 두 차례나 발부받아 조사를 진행하면서 ‘구속된 피의자가 다시 체포되는’ 희귀한 장면을 연출했다. 다만 최씨는 유의미한 진술을 내놓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건강상 이유로 출석이 어렵다’는 이유로 검찰 출석을 거부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 구속된 이후 검찰은 국정농단 관련 혐의로 5차례에 걸쳐 구치소 출장 조사를 거친 뒤 기소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관련 재판이 진행된 이후인 그해 12월 다른 사건으로 검찰이 소환하라고 통보했을 때는 응하지 않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송 전 대표 측이 재판 준비에 들어갔다고 본다. 송 전 대표가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만큼 검찰 단계에서 최대한 말을 아껴야 재판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특수부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피의자들이 검찰에 출석해 말을 하면 진술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이를 근거로 검찰이 재판에서 탄핵할 피고인의 증거나 진술을 예상할 수 있있다”라고 했다. 송 전 대표가 검찰이 확보한 여러 증거 등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진술해봐야 혐의만 더 무거워질 수 있고, 추후 재판에서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이 송 전 대표를 추가 조사 없이 기소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송 전 대표의 1차 구속 기한은 오는 27일까지다. 검찰이 한 차례 연장을 신청해 법원이 받아들인다면 오는 1월 6일로 늘어난다. 검찰은 이 기간 내에 송 전 대표를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송 전 대표가 “출석하지 않을 것이고, 하더라도 진술을 거부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만큼, 강제로 데려오더라도 실효성이 없다. 송 전 대표의 진술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 만큼 출장 조사의 필요성도 없다.
검찰도 기존의 증거관계를 다시 확인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토대로 진술을 점검하는 등 재판에 대비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구속된 이후에 조사하는 경우는 검찰이 수사할 수 있을 때, 상대방의 주장을 무력화할 증거를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돈 봉투 수수 의심 의원에 대한 수사도 진행되고 있고,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도 남았을 시점”이라고 했다. 송 전 대표를 강제로 데려온다고 한들 얻을 것이 없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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