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수 “AI 산업, 속도조절 필요···한국적 생태계 만들어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개인정보 보호 위주의 조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관명에서 ‘보호’를 빼는 게 업무에 더 부합하다고 봅니다.”
26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고 위원장은 이달 19일부터 사흘간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고 위원장은 “업무 중 개인정보 침해 조사·처분이 있어 이를 완전히 떼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면서도 “데이터를 현시점과 가까운 미래에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쓰면 좋을지에 관한 국가적 방향 제시를 하는 게 개인정보위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개인정보위원회로의 기관명 변경은 윤석열 대통령도 공감했다”며 “개인정보위 스스로도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곳이라기보다 넓은 의미에서 데이터에 관한 정책기관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내년 주요 정책 과제로는 ‘인공지능(AI) 가이드라인’ 마련을 꼽았다. AI 학습 데이터 확보와 AI 모델 개발 등 AI 관련 정책을 고도화해 기업들이 사업을 진행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할 계획이다.
동시에 고 위원장은 AI 등 신산업에 대한 속도 조절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산업 정책의 핵심을 예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주로 생각하는데, 산업 초기이기 때문에 속도 제한을 걸어주는 역할도 필요하다”며 “산업 동향에 맞춘 속도 조절은 계속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유럽연합(EU)이 ‘AI 규제 법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선 “국내 AI 정책은 미국이나 유럽을 쫓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에 방점을 찍은 유럽과 산업 발전에 중점을 둔 미국의 방향성을 참고하되, 따라가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고 위원장은 “한국은 미국, 유럽과는 다른 독자적인 AI 생태계가 있다. AI의 핵심 가치인 ‘신뢰’를 바탕으로 한국적인 AI 정책 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이제 선도국가를 좇아갈 시기는 지났다. 한국도 국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통신비밀보호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는 SK텔레콤의 AI 통화녹음 서비스 ‘에이닷’에 대해선 “점검 뒤 필요하면 정식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SK텔레콤이 어떻게 에이닷 서비스를 제공하고 데이터를 처리하는지 자료를 받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예단을 갖고 보는 단계는 아니지만, 실태 점검 뒤 본격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면 정식 조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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