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현, 당당히 3점 콘테스트로…프로농구 SK서 '최다 성공'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26일 공개된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올스타전 3점 콘테스트 출전 명단에는 팬들의 이목을 끄는 이름이 있다.
서울 SK의 오재현이다. 오재현은 그간 프로농구에서 외곽슛 능력이 떨어지는 대표적인 선수로 팬들에게 회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SK를 만나는 팀들은 오재현 앞에서 수비수를 떼어 놓은 후 자밀 워니나 김선형 쪽에 배치하는 이른바 '새깅 디펜스'를 펼쳐왔다.
SK의 주포 워니나 김선형에게 1대1 공격을 허용할 바에야 오재현이 편안하게 외곽슛을 던질 기회를 내준다는 전략이다.
오죽하면 SK에는 오재현이 3점 3개 이상 성공한 경기는 무조건 이긴다는 '불패 공식'까지 생겼다.
전희철 SK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에게 "오재현이 3점 3개를 넣으면 이긴다"고 설명해왔다.
오재현이 해당 경기에서 3점 3방을 넣어 승리하면 "(오재현) 불패 공식이 적중했다"고 웃기도 했다.
오재현을 내버려 둔 탓에 3점 3개를 얻어맞으면 해당 수비는 사실상 실패한 게 되고, 전술·전략 싸움에서 SK가 상대 팀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되기 때문이다.
전 감독이 이런 확신은 실체가 있는 분석이다.
오재현이 3점 3방을 터뜨린 경기에서 SK는 진 적이 없다.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PO)를 통틀어도 그렇다.
2020-2021시즌 프로농구에 데뷔한 오재현이 3점 3개 이상 터뜨린 경기는 정규리그(11경기)와 PO(2경기)를 합쳐 13경기다. 모두 SK가 이겼다.
올 시즌에는 10월 22일 수원 kt전(85-80승), 24일 고양 소노(90-79승)전, 지난 19일 kt전(85-71승)에서 3점 3개씩 적중했다.
오재현은 이런 불명예스러운 공식이 생길 정도로 불확실한 외곽슛 능력으로 전 감독에게 고심을 안겨줬지만, 반전이 있다. 올 시즌 SK에서 가장 많은 3점을 넣은 선수 역시 오재현이다.
KBL에 따르면 이번 올스타전 3점 콘테스트에는 구단별로 가장 많은 3점을 성공한 선수와 두 번째로 많이 넣은 선수 가운데 구단 판단에 따라 최소 1명을 내보내야 한다.
SK에서는 안영준과 오재현이 29개로 최다 3점 성공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SK는 둘 중에서 시즌 도중 합류한 안영준 대신 오재현을 3점 콘테스트 출전자로 택했다.
물론 성공률 자체는 오재현(32.2%)보다 높은 선수가 4명이나 있다. 최원혁(40.9%)·허일영(40.4%)·고메즈 딜 리아노(36.8%)·안영준(34.5%) 순이지만, 안영준을 빼면 3점 20개 이상 성공한 선수가 없다.
이런 팀 상황 탓에 전성현(소노), 허웅(KCC) 등 내로라하는 슈터들과 경쟁하게 된 오재현이지만, 3점 실력 자체는 완만하게나마 발전 중이다.
올 시즌 성공률(32.2%)이 높지는 않지만, 데뷔 이래 4시즌 중에는 최고치다.
무엇보다 3점 시도가 조금씩 늘고 있다. 올 시즌 오재현은 경기당 3.8개의 3점을 던지는데, 이 역시 4시즌 가운데 가장 많다.
외곽포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해 3점 라인에서 공을 잡으면 주저하던 데뷔 초기 모습을 어느 정도 지워내는 데 성공했다는 방증이다.
덕분에 평균 득점은 데뷔 이래 가장 높은 9점까지 올라갔다. 자유투 성공률도 86%까지 올리며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오재현을 '대표 3점 슈터'로 콘테스트에 출전시켜야 하는 상황 자체가 저조한 외곽포를 둘러싼 SK의 어려움을 드러낸다.
간판 슈터 허일영이 부상으로 17경기 출전에 그쳤고, 김선형·오세근 등 주축 선수들은 슈팅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김선형(28.4%), 오세근(28.3%)의 3점 성공률은 모두 20%대다.
6연승을 달리며 2위까지 올라선 SK(16승 8패)지만, 3점은 시도·성공·성공률 모두 하위권이다.
평균 21.9개를 던져 10팀 가운데 9위인 SK는 경기당 6.9개를 성공해 이 부문에서도 8위다. 팀 전체 성공률은 31.6%로, 어렵게 20%대를 면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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