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란듯 … 네타냐후, 가자 찾아 "종전 멀었다"

같은 날 美WSJ에도 기고문
실현 불가능한 조건 내세우며
바이든에 정면 반대 목소리
이스라엘·이란 갈등도 격화
내년 확전 가능성 점점 커져

25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 둘째)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에서 방호 조끼와 헬멧을 착용한 채 부대를 시찰하며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그는 "누가 (전쟁) 중단을 말하든 그런 일은 없다. 전쟁은 끝까지, 목표를 완수할 때까지 계속된다"며 전면전을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이스라엘을 향해 전쟁 강도를 완화할 것을 압박하고 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성탄절에 가자지구 군 부대를 방문하고 미국 유력 매체에 기고문을 보내면서 하마스 궤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새해 중동 지역에서 전쟁이 확전될 가능성이 고조된다.

이스라엘 총리실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북부에 주둔 중인 261여단을 찾아 작전 브리핑을 들었다. 그는 장병들을 격려하며 "누가 (전쟁) 중단을 말하든 그런 일은 없다"며 "전쟁은 끝까지, 목표를 완수할 때까지 계속된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개전 이후 두 번째다.

미국이 '저강도 전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데도 적극적인 전쟁 수행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성탄절 연휴 직전인 지난 23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강공 자제를 요청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민간인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24~25일 양일간 가자지구에 집중 공격을 퍼부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25일에만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250명이 사망하고 500명이 다쳤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4일엔 최소 70명이 숨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완전 궤멸하기 전까지 종전은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기고문을 냈다. 그는 WSJ에 가자지구 평화를 위한 선결 조건 세 가지를 내걸었는데,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는 항목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완전 파괴 △전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안보 담당 △팔레스타인의 급진주의 포기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특히 미국의 전후 가자지구 거버넌스 구상과 반대되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필요성을 네타냐후 총리는 재차 반복했다. 미국은 서안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가자지구의 통치를 맡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차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상호 간 독립을 인정한 상태로 평화를 유지하는 '두 국가 해법'을 분쟁의 궁극적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당장은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보다 침묵을 유지하고 있어 새해 중동 지역에서 확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란이 조만간 군사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란 국영 매체 IRNA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 선임 고문인 라지 무사비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의 자이나비야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고 숨졌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즉각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은 이번 범죄에 대해 분명히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