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반려견 한숙, 사랑과 꾸짖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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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숙, 필자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 이름이다.
필자는 반려견을 키우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반려견을 유기견 센터에서 입양하고 이름을 짓는 순간, 가족 모두 이구동성으로 "한숙이?"라고 말했다.
반려견 한숙이를 돌보는 문제에서 가족 간 신뢰와 존중, 사랑이라는 근본적 문제까지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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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숙, 필자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 이름이다. 필자는 반려견을 키우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둘째 아이가 어려서부터 반려견을 키우고 싶어 했는데, 그때마다 번번이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곤 했다. 둘째가 대학교를 졸업할 무렵, 또다시 반려견 얘기를 했고 어쩐 일인지 필자도 승낙했다. 반려견을 유기견 센터에서 입양하고 이름을 짓는 순간, 가족 모두 이구동성으로 "한숙이?"라고 말했다. 막내 겸 셋째는 인형을 좋아했고 모든 인형에게 이름을 붙여줬었다. 개 인형이 두 마리였는데, '한숙'이와 '개선생'이었다. 왜 한숙이라 했는지는 막내도 잘 기억 못한다. 그냥 한숙이었고, 우린 모두 한숙일 그렇게 마음에 두고 있었나 보다. 한숙이가 나에게, 가족에게 주는 사랑과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역으로 내게 많은 질문과 숙제를 던지고 또 꾸짖음도 준다.
무엇보다 인간의 자유(또는 권리)와 책임을 많이 생각하게 한다. 최근 반려견이 늘어나는 만큼 유기견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찾는 사람이 많아지는 한편 버리는 사람도 많아졌다는 얘기다. 반려견에서 얻는 사랑과 기쁨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누리기 위해 우리는 역으로 많은 것을 반려견에게 주어야 한다. 반려견과의 동행은 책임이 따르는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 한숙이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좋아하면서, 그걸 누리기 위해 시켜야 하는 산책은 귀찮아하고 다른 이에게 미룬다. 누군가 떠안아야 하는 귀차니즘, 그 종착역이 필자의 집에서는 전업주부다. 이 경우가 비단 우리집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지점에서 필자는 전업주부가 행하는 노동의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한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전업주부의 무급 가사노동을 시장가치로 평가했을 때 여성은 평생 남성보다 훨씬 더 많은 가치의 일을 한다고 한다. 주부노동의 가치는 돈 그 이상이지만, 굳이 돈이라는 가치로 따져도 엄청 크다는 것이다. 필자는 여기에 한 가지 얘기를 덧붙이고 싶다. 경제 활성화, 성장률 제고를 위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는 주부의 노동이 시장에서 화폐가치로 평가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다. 대표적 경제지표인 국내총생산(GDP)에 가사노동은 포함되지 않는다. 전업주부를 생산현장에 불러내 일하게 하면 GDP에 플러스 요인이 되지만, 그것이 과연 주부가 가정에서 창출하는 가치보다 클지는 의문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라는 명목 뒤에, 이러한 모순된 해석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반려견 한숙이를 돌보는 문제에서 가족 간 신뢰와 존중, 사랑이라는 근본적 문제까지 떠오르게 한다. 가족 간 신뢰 등이 바탕이 되어야 지역 공동체, 사회 공동체, 나아가 대한민국 공동체에서 구성원 간 신뢰, 존중, 사랑이 풍요롭게 피어날 수 있다. 우리 모두 여유를 갖고 책임질 줄 아는 가족 구성원, 공동체 구성원이 되도록 노력하자. "한숙이가 내게, 아니 우리 모두에게 꾸짖습니다. 누릴 줄 알면 책임도 지라고, 누리고 싶으면 책임질 준비를 하라고 말이죠."
[이호동 KoDAT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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