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한동훈 비대위, 與 총선 구원 투수 될까
②김건희 특검 野 공세 vs 尹 재의요구권 행사… 정치적 부담
③청년·중도층·수도권 공략… 당 혁신 위한 789세대 비대위 구성
전문가들 “한동훈, 정치적 시험대에 오른 것… 비대위 성패 좌우”
내년 총선을 3개월 정도 앞두고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여권 대선 주자 지지율 1위인 한 전 장관을 필두로 비대위가 꾸려지자, 여권에서는 총선 ‘구원 투수’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취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훈 비대위’의 성패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탈당 및 신당 창당,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비대위원 인선 등 세 가지 과제에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한 전 장관을 당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공식 취임한 한 비대위원장은 이날 중앙당사에서 “내년 총선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겠다. 비례 대표로도 출마하지 않겠다. 오직 동료 시민과 이 나라의 미래만 생각하면서 (총선) 승리를 위해 용기 있게 헌신하겠다”며 선당후사(先黨後私)가 아닌 ‘선민후사(先民後私)’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보다 국민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비대위원장을 수락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날 첫발을 내디딘 한 위원장이 가장 먼저 직면한 첫 번째 과제는 이 전 대표의 탈당과 신당 창당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오는 27일 탈당 여부를 결정하고 이후 신당 창당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무리 여권 지지율 1위인 한 위원장이더라도 이 전 대표의 탈당은 여권에 타격을 입힐 수밖에 없는 중대 사안으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서 이 전 대표의 신당이 의석 확보는 못하더라도 접전 지역에서 ‘국민의힘 흔들기’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도 한 위원장과의 만남 자체를 막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며 “내일(27일) 이 전 대표가 탈당·신당 창당 입장을 밝힌다. 한 위원장도 이 전 대표와 회동을 할지 아니면 이 전 대표의 뜻을 존중할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과 대내외적인 이미지나 지지층이 다소 겹치는 만큼 ‘이준석 끌어안기’에 대한 정치적 셈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수락 연설 및 취임식을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전 대표의 탈당·신당 창당에 대해 만류나 회동 계획에 대해 “지금 단계에서 어떤 특정한 분들을 전제로 해서 만나는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다양한 생각을 가진 많은 분들을 진영과 상관없이 만나고 경청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다음 과제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는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 특검법)’을 강행 처리하기로 했다. 이에 당정은 전날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총선 후 특검·독소조항 제거’라는 특검법 조건부 수용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당내에서는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를 놓고 한 위원장의 정치적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국민 찬성 여론이 높고, 수직적 당정 관계에 대한 비판이 큰 탓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김건희 특검법 관련 당정의 방침에 대해 “특검은 ‘총선용 악법’이라는 입장은 갖고 있다”면서도 “당과 충분히 논의된 내용에 대해서 책임 있게 발언을 드리고, 그걸 과감히 실천하겠다. 어떤 차원에서 어떻게 당이 대응할지는 원내로부터 충분히 보고 받고 같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자칫하면 당정 관계 정상화도 실패했다는 비판에 휩싸일 수 있어 더욱 신중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 과제는 당 혁신과 관련된 비대위원 인선 마무리다. 국민의힘은 오는 29일 비대위 구성을 끝내고 본격 출범할 예정이다. 현재 비대위에 임명된 건 김형동 비서실장이 전부다.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김형동(초선·경북 안동시예천군) 의원은 1975년생이다. 당내에서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청년·중도층·수도권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789세대(1970년대생~1990년대생)를 중심으로 비대위를 구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중론이다. 이는 민주당의 주류 세력인 86 운동권(80년대 학번·60년대생)과 차별화된 인적 쇄신이라는 이른바 ‘혁신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한동훈 비대위’를 둘러싼 정치적 시험대가 본격 가동된 상황에서 한 위원장의 행보가 곧 비대위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한다. 당장 주어진 눈앞의 과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건 어폐가 있기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는 건 기대치도 높다는 것”이라며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가 곧 한 위원장이 앞으로 100일 정도 남은 총선에서 보여줄 수 있는 ‘정치적 퍼포먼스’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얼굴이 당에 왔으니, 당에 새로운 메시지를 전하고자 할 것”이라며 “이 전 대표와 만나거나 김건희 특검법이나 비대위원 인선을 둘러싼 묘수를 꺼내는 등 한 위원장 본인만의 색깔을 어떻게 드러내느냐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위원장이 직면한 모든 과제가 전부 딜레마에 놓여 있다. 그만큼 한 위원장의 행동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고 중장기적 목표에 따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정치적 손익 계산을 잘 따져봐야 할 때”라고 했다.
아울러 “세가지 과제에서 드러난 한 위원장의 정치적 역량은 결국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갖게 될 입지가 될 것”이라며 “당장 입장을 내야 하는지 아니면 조금 더 시간을 갖고 갖춘 후에 입장을 밝힐지 등도 모두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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