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주도 경제성장의 길

2023. 12. 2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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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적 석학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지방주도 경제성장 국제 콘퍼런스 기조연설에 나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교육, 정책, 제도, 개방성 등이 국가의 경제성장에 미치는 메커니즘을 설명하면서 한국이 떠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두면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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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적 석학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지방주도 경제성장 국제 콘퍼런스 기조연설에 나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교육, 정책, 제도, 개방성 등이 국가의 경제성장에 미치는 메커니즘을 설명하면서 한국이 떠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두면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20세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한국은 지금 합계출산율 0.7명이고 20년 후 잠재성장률 예측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로 추락하는 덫에 빠졌다. 국가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대전환에 성공하지 못하면 우리는 21세기 가장 빠르게 몰락하는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

바네르지는 경제성장을 위해 덜 경쟁적이고 더 자유로운 창의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학생들은 여전히 시험 문제를 푸는 데 매달려 있다. 목동의 한 정신과 의사는 인근 중학교 학생 40%가 자신의 고객이라고 하는데, 이제 열네댓 살 된 아이들의 일과가 학교-학원-정신과로 이어지는 이게 나라인가. 이 땅에 살아가는 청년들은 서울에서 끝없는 경쟁의 수레바퀴를 도는 인생을 살거나 일자리, 교육, 문화, 의료 혜택이 부족한 지방에서 위축되어 살아가는 양단의 선택을 강요받는다. 가만 앉아서 뒤처질 수는 없으니 불나방처럼 서울로 달려들지만 취업문을 뚫어도 월급은 적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솟는데 결혼과 출산은 언감생심이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혁신할 생각은 안 하고 아직도 돈 몇 푼 더 쥐여주면 애를 낳을 것이라는 저출산 정책을 내놓는 현실이 안타깝다.

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산업화와 민주화는 정말 완성됐는가. 서울 수도권과 중앙정부는 그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방의 경제·사회적 현실은 여전히 답답한 안갯속에 있다. 지방화는 지난 세기 선배들의 과업을 완성시키고 새로운 성장판을 여는 시대적 과제다. 지역별로 특화산업을 육성하고 교육을 연결하며 교통, 문화, 의료 등 정주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해야 한다. 바네르지가 한국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을 걸림돌로 지적한 가계부채 문제도 지방에 주택을 공급해서 인구를 분산하지 않고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올해로 6년째 경북도지사를 맡고 있는 필자가 '지방시대'를 외치고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압축성장 과정에서 뒤틀린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풀어가려는 과정이다. 경북은 현재 산업-교육을 연결하는 K-U시티, 농촌 소득과 환경을 혁신하는 농업대전환 등 도전적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국민 80%가 공동주택에 살고 재건축을 반복해야 하는 주거 문제의 대안으로 경북에서는 1000년 가는 단독주택 단지를 조성하는 '천년건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광역비자를 도입하고 작은 미국을 만들어서 개방사회를 지향하는 것도 인구 감소의 파고를 넘어 미래 세대가 성장을 이어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바네르지 교수는 지방화가 아니면 성장이 어렵다는 비전과 지방시대 정책에 동의하고 호평했다. 태어난 곳에서 교육받고 자라서 일자리를 갖고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삶이다. 국민을 유목민이 아닌 정주민으로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산업화, 민주화에 이어 우리가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갈 열쇠는 바로 지방화다.

[이철우 시도지사협의회장·경북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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