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총선 대표직함 논란 속 '이재명' 제외 잇따라

이재명 등 특정 정치인 이름 사용 규정 정당-선관위 제각각
'정당한 선거 마케팅 vs 당대표 영향력 의존' 논란만 부채질

[광주=뉴시스] 송창헌 기자 =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광주·전남지역 예비후보들 사이에 '이재명 마케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중앙당 방침에 따라 대표직함에서 '이재명' 이름 석 자를 빼는 후보들이 잇따르고 있다.

광주 동남갑 정진욱 예비후보는 26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부 논의 끝에 대표경력 중 하나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정무특보'라는 직함 중 '이재명'을 빼고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특보'로 각종 여론조사에 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공식직함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정무특별보좌역'이라는 전체 직함을 표기한 것은 지난 7월24일 민주당 중앙당에서 이재명 당 대표로부터 수여받은 공식직함 때문으로 '이재명팔이'가 아니다"며 "선관위에 직함전체를 표기하는 것 또한 선거법상 필수적이면서 동시에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예비후보는 그러나 "민주당 경선이 화합과 축제의 장으로 승화해 다가오는 총선에서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발판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광주 광산갑 박균택 예비후보도 선관위 등록 경력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법률특보'에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법률특보'로 변경했다.

박 예비후보는 "명백한 사실이고, 민주당 당규와 선관위 지침에 부합하는 경력이지만, 여론조사를 시행하는 언론사들의 요청에 따라 이 같이 결정했고, 상대 후보 공세에 의해 당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며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저부터 깨끗한 경선의 사례를 남기겠다"고 말했다.

이밖도 모 예비후보는 '이재명 대선후보 조직특보단 부단장'을, 또 다른 예비후보는 '김대중 정부'를 대표직함에서 제외시켰고, 노무현이나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제외시킨 후보들도 나오고 있다.

각 후보 진영의 고민은 당 방침과 선관위 규정의 충돌에서 비롯됐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지난달 비공개 회의를 열고 당내 경선에서 경력을 표기할 때 이재명 대표를 비롯,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 등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쓰지 못하도록 의결했다.

반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선거여론조사 기준'과 '2024년 선거여론조사 가이드북'에 따르면 '여론조사 질문지 작성 시 예비후보자 및 후보자 경력은 공식선거법에 따라 제출한 직업이나 주요 경력을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예비후보가 특정 정치인의 이름이 포함된 대표직함을 선관위에 제출하고 선관위가 이를 받아들여 공식 사이트에 등재할 경우 해당 후보자 입장에선 '당 방침'에는 위배되나, '선관위 규정'에는 부합되는 이중적 상황이 발생할 밖에 없는 구조다.

선관위에 등록하는 대표경력도 2개까지 허용되지만 특정 정치인의 이름이 포함된 하나의 직함만을 등록할 경우 '직함 논란' 발생 시 대체 직함이 없는 점도 한계라는 지적이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여론조사가 민주당 경선 후보자만 놓고 이뤄진다면 중앙당 지침을 따르는게 맞지만 보수, 진보, 신당, 무소속 모두를 대상으로 할 경우 선관위 규정을 따를 수 밖에 없어 딜레마"라며 "정당과 선관위 간 섬세한 사전 교통정리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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