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마약음료` 주범 국내송환

경찰 "중국 공안부·주중 한국대사관과 적극 공조 성과"

26일 중국에서 국내로 송환된 강남 마약음료 피의자가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경찰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지난 4월 서울에서 발생한 '강남 마약음료' 사건의 주범으로 중국 공안에 붙잡혀있던 이모(26)씨가 범행 8개월여만에 국내로 송환됐다.

경찰청은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이씨를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중국으로 출국해 현지에 머무르며 국내외 공범들에게 필로폰과 우유를 섞은 이른바 '마약음료'의 제조·배포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의 지시에 따라 공범들은 올해 4월 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가짜 시음 행사를 열고 중·고등학생들에게 마약음료를 집중력 강화 음료라고 속여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했다.

이씨는 마약음료를 마신 피해 학생의 부모들에게 "자녀가 마약을 복용했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려 한 혐의도 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이씨가 중국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를 통해 적색수배를 내렸다.

또한 주중대사관 경찰주재관을 통해 중국 공안부와의 핫라인을 가동, 수사 진행 상황을 바로 공유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중국 공안부장에 협조 요청 친서를 전달하는 등 직접 공조 현안을 챙겼다. 경찰청 실무 출장단이 중국 공안부를 직접 방문해 이씨를 추적할 단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씨는 사건 발생 52일 만인 지난 5월 24일 중국 현지 공안에 의해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검거됐다.

검거 이후 한중 경찰은 인터폴 국가중앙사무국장회의, 제6차 한일중 경찰협력회의 등 주요 국제행사 때마다 만나 이씨의 신병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

윤 청장도 지난 10월 17일 '2023 서울국제경찰청장회의'를 계기로 중국 공안부 고위급과 만나 이씨의 신속한 국내 송환을 재차 당부했다.

이에 중국 공안부는 이달 20일 이씨의 강제 추방을 결정했다. 경찰청은 지린성 연길시로 호송팀을 급파해 사건 발생 약 8개월 만인 이날 송환 절차를 마무리했다.이용상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담당관은 "이번 송환은 공동체를 파괴하는 테러와도 같은 마약범죄를 척결하기 위한 한중 경찰의 부단한 노력이 맺은 결실"이라고 밝혔다.

이씨의 지시를 받아 마약음료를 제조·공급한 중학교 동창 길모(25)씨는 지난 5월 구속 기소됐고, 10월 말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형량이 가볍다며 항소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