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링제로 젊은연구자 인건비 수혈…대학 교수들 "갈등만 조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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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따른 젊은 연구자 인건비 부족에 대한 대책으로 인건비 풀링제(학생인건비 통합관리제도)를 언급했지만 정작 대학교 교수들은 '아무런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건비 여유가 줄어드는 특정 시기에 대비한 '안전책 차원'에서의 풀링제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대학 전체의 인건비 부족이 예견되는 현 상황에서 풀링제를 주요 해결책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 교수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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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따른 젊은 연구자 인건비 부족에 대한 대책으로 인건비 풀링제(학생인건비 통합관리제도)를 언급했지만 정작 대학교 교수들은 '아무런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 연구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확보한 인건비를 부족한 연구실에 나눠주는 것은 현장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26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내년도 R&D 예산 관련 브리핑에서 예산삭감에 따른 과학기술계 부작용에 대한 대책과 관련해 “(각 기관에) 풀링제 활용을 하도록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10월 이 장관과 주요 대학 총장들이 만난 자리에서 부족한 인건비를 충당하는 방안으로 풀링제 확대 방안이 언급됐다. 이후 정부는 각 대학에 풀링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학생인건비 풀링제는 대학에 소속된 연구책임자가 수행하는 국가연구개발과제의 외부인건비를 대학본부에서 연구책임자별로 통합해 학생연구원에게 인건비로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연구실이 일종의 긴급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교 교수들은 풀링제가 부족한 학생 인건비를 수혈하는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건비 풀링제를 도입하고 있는 서울대 한 교수는 “풀링제는 결국 교수 개개인이 따온 연구비를 다 같이 사용하자는 것인데, 연구 계획에 맞춰 힘들게 수급한 자금을 다른 교수의 학생 지원에 활용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인건비 여유가 줄어드는 특정 시기에 대비한 ‘안전책 차원’에서의 풀링제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대학 전체의 인건비 부족이 예견되는 현 상황에서 풀링제를 주요 해결책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 교수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모든 대학이 인건비 풀링제를 도입하거나 확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의 또 다른 교수는 “KAIST의 경우 과기정통부로부터 인건비 풀링제 도입과 관련해 예외적으로 지원이 이뤄지지만, 서울대를 포함한 다른 대학들은 이 제도를 활용할 만큼 충분한 자금조차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무리한 풀링제는 결국 교수 간 갈등만을 조장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요 사립대 교수들의 여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초과학 관련 단체의 임원을 맡고 있는 한 교수는 “풀링제를 확대한다는 해결 방안은 R&D 삭감에 따른 젊은 연구자들의 고용위기 문제를 그저 대학에 떠넘기겠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섣부르게 임시방편을 내놓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과기정통부는 이날부터 주요 기관과 대학 등을 순회하며 내년도 R&D 예산안에 대한 ‘릴레이 간담회’를 진행한다. 첫날인 26일은 기초연구연합과 기초과학학회연합체를 찾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R&D 예산 삭감안과 관련해 인건비 풀링제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설명하고 현장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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