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저출산, 차원 다른 고민해야”…직접 밝힌 1년 국정 성적은?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저출산 문제는 상황을 더욱 엄중하게 인식하고, 원인과 대책에 대해 그동안과는 다른 차원의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년 국정을 돌아보며 경제,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 대외정책 등 전반에서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내년 국정 운영 방향을 두고는 ‘현장 중심 민생 행정’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좋은 정책을 다 모은다고 해서 바로 저출산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20여년 이상의 경험을 통해 국민 모두가 충분히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교육·돌봄·복지·주거·고용 등의 ‘백화점식’ 정책에서 벗어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분기 합계출산율이 0.70명을 기록하면서 올해 출산율은 역대 최저치 경신이 확실시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교육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과도한 경쟁시스템이 저출산의 직접적 원인이라면 이를 고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출산 인센티브가 확실한 저출산 대책이 되기 위해서는 보편적 지원뿐 아니라 실증적 분석을 통해 꼭 필요한 것을 찾아내 확실하게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국정 전반의 성과를 부각하면서 그간의 국정 기조를 정당화하는 데 집중했다. 구체적인 신년 국정운영 구상은 신년사나 새해 첫 국무회의 발언 등을 통해 밝힐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경제 분야에서는 흑자로 돌아선 무역 수지 등을 들어 “파탄 난 재정과 무너진 시장 경제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해 온 정부를 믿어주시고 협력해주신 국민과 기업인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고용률과 실업률 수치 개선을 언급하면서는 “지난 정부와 달리 우리 정부는 민간의 활력을 바탕으로 시장경제 원칙과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한 결과”라고 했다. 내년도 경제는 “수출 개선이 경기회복과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도록 서비스산업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같은 정부의 경제 개선 인식에 대해 “윤 대통령은 유리한 지표만 가져다 경제 실패를 부정하지 말라”(최혜영 원내대변인 브리핑)고 비판했다.
외교 정책에선 한·미 동맹 격상과 한·일관계 개선, 캠프 데이비드 회담을 통한 한·미·일 협력체계 구축 등을 성과로 들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순방이 곧 일자리 창출이자 민생”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 정부의 ‘선제적 양보’에 따른 한·일관계 개선, 높아진 한·중관계 리스크 등 윤석열 정부 외교 기조를 두고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3대 개혁도 모두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3대 개혁은 지난 1년 추진 과정에서 번번이 논란에 휩싸이며 개혁 동력이 훼손되는 일이 잦았다. 윤 대통령은 성과를 강조하면서 “끝까지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하는 과제들”이라고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노동 개혁에서는 “고용세습, 깜깜이 회계, 불법 파업, 임금 체불 등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해왔다”고 말했다. ‘주69시간 근무’ 논란을 거쳐 여전히 장시간 근로 우려를 받는 근로시간 개편 정책 방향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만 5세 초등 입학’ 논란으로 박순애 전 부총리 겸 사회부총리 경질 사태까지 겪은 교육 개혁을 두고는 수능 킬러 문항 배제 등을 성과로 강조했다. 연금 개혁을 두고는 “국민적 합의와 국회의 선택을 통해 결정할 수 있는 단계까지 준비했다”고 자평했다.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구체적인 수치가 모두 빠진 ‘반쪽 개혁안’ 비판을 받아 왔다.
윤 대통령은 내년 국정운영 기조를 두고는 “부처 간 칸막이를 과감하게 허물고, 과제 중심으로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공직자들에게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새해에도 우리 정부는 ‘현장중심 민생행정’으로 국민들께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면서 “검토만 하는 정부가 아니라 즉각 시정하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를 향해서는 “은퇴한 어르신들은 소득이 줄었는데도 건강보험료가 오히려 늘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신다”며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을 조속히 개선하라고 보건복지부에 촉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마친 뒤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9회 대한민국 공무원상 시상식’에 참석해 포상을 수여하고 수상자들을 격려했다. 이 시상식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건 5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현장에 민생이 있다는 자세로 현장을 수시로 찾고,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도록 더욱 귀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세종시에 건립된 국립어린이박물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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