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쿠플의 연말 분전, 내년까지 이어질까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티빙과 쿠팡플레이의 연말 기세가 심상치 않다. '스위트홈2'와 '경성크리처' 등 넷플릭스가 내놓은 두 편의 크리처물이 심한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사이, 티빙의 '이재, 곧 죽습니다'와 쿠팡플레이의 '소년시대'가 분전하고 있다. 이러한 기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2023년 연말 시청자들의 갈증을 채워주고 있는 건 티빙의 '이재, 곧 죽습니다'와 쿠팡플레이의 '소년시대'다. 12월 15일 공개된 티빙의 '이재, 곧 죽습니다'는 지옥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이재가 12번의 죽음과 삶을 경험하게 되는 과정을 담은 인생환승 드라마다. 웹툰을 원작으로하는 '이재, 곧 죽습니다'는 서인국, 박소담, 고윤정을 중심으로 최시원, 성훈, 이재욱, 이도현 등 화려한 라인업을 내세우며 주목을 받았다. 작품 공개 이후에는 원작의 메시지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각색과 연출을 보여주며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화려한 라인업 역시 '속 빈 강정'에 그치지 않고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다인일역이라는 독특한 콘셉트에도 이질감없이 이어지는 배우들의 연기를 작품의 몰입도를 높였다.
쿠팡플레이 '소년시대' 역시 시청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꿰뚫었다. 11월 24일 공개를 시작해 지난 22일 공개를 마친 '소년시대'는 1989년 충청남도, 안 맞고 사는 게 일생일대의 목표인 온양 찌질이 병태(임시완)가 하루아침에 부여 짱으로 둔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쿠팡플레이라는 공개 초반에는 화제성이 적었지만, 작품을 감상한 시청자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며 시청자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은 임시완을 중심으로 구수한 충청도 바이브가 더해지며 연말에 가볍게 보기 좋은 드라마로 급부상했다.
'이재, 곧 죽습니다'와 '소년시대'의 약진은 2024년 OTT시장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하는 예고편과도 같다. 국내 OTT 시장은 '1강' 넷플릭스를 필두로 다양한 OTT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고전하던 디즈니+는 '무빙'을 중심으로 기세를 올렸고, U+ 모바일tv는 '하이쿠키'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티빙과 쿠팡플레이 역시 다양한 변화 속에서 2024년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티빙은 지난 4일 웨이브와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오랜 기간 토종 OTT 1·2위를 차지해 온 양사의 합병은 그 방향에 따라 OTT 지형도를 크게 변화시킬 전망이다. '이재, 곧 죽습니다'의 성공으로 여전히 이들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에 그 기대는 더욱 크다.
쿠팡플레이는 더욱 극적이다. 쿠팡플레이는 예능, 스포츠 콘텐츠를 무기로 토종 OTT 시장 1위에 등극했다. 그러나 드라마는 그동안 화제작이 부족했다. '소년시대'는 쿠팡플레이가 하반기 유일하게 공개한 오리지널 시리즈다. 임시완이 '소년시대'를 통해 코미디 연기에 대한 능력을 보여준 것처럼 쿠팡플레이는 '소년시대'를 통해 오리지널 시리즈 역시 경쟁력이 있음을 입증했다. 2024년에도 '하이드', '인플루엔자' 등 타 OTT 대비 작품의 수는 적지만, 양보다 질이라는 접근하에 좋은 작품을 선보인다면 경쟁력을 더 굳건히 할 수 있다.
넷플릭스의 반격이 어떻게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넷플릭스는 2023년 연말 한국시장을 공략할 콘텐츠로 크리처물을 선택했다. 3년 만에 돌아온 '스위트홈'의 새 시즌과 시대극과 크리처물을 결합한 '경성크리처'를 연달아 공개했다. 12월의 시작과 함께 공개된 '스위트홈2'는 확장된 세계관에 새로운 인물을 투입했지만, 오히려 시즌1과 다른 분위기로 전개되며 기다린 팬들을 실망시켰다.
올해 마지막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주목을 받은 '경성크리처' 역시 시대극과 크리처물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OTT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서 TV쇼 부문 월드 랭킹 2위를 기록하는 등 표면적으로는 좋은 성과가 나고 있지만, 박서준·한소희 등 출연진과 정동윤 감독, 강은경 작가가 주는 이름값에 비하면 반응이 극과극으로 나뉘는 건 분명 아쉬운 점이 있다는 뜻이다. 2024년 여름 시즌3를 공개하는 '스위트홈'과 1월 5일 파트2를 공개하는 '경성크리처'는 이를 만회하기 위한 반전의 카드가 필요하다.
또 잠깐 주춤했다고 해서 넷플릭스의 위상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여전히 2024년 기대작 중 상당수는 넷플릭스에 포진되어 있다. 2023년 연말의 OTT 판도가 2024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언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다양한 OTT가 각자의 경쟁력을 보여준다는 건 시청자 입장에서는 분명 행복한 고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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