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구한 영웅들에 열광하고, 마약 파동에 경악했다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김유태 기자(ink@mk.co.kr),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2023. 12. 2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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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선정 '올해의 문화예술' 지상 시상식
올해 최고의 드라마 넷플릭스 '더 글로리'와 디즈니+ '무빙', 국내 초연 이후 누적 관객 150만명을 돌파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복고 열풍을 일으킨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왼쪽부터).

올해도 문화예술계에 수많은 별이 뜨고 졌다. 영광의 주인공이 탄생한 반면에 비극의 주인공도 있었다. 이들이 안겨 준 희로애락에 팬들이 웃고 울었다. 한 해 동안 문화예술계에서 집중 조명을 받은 10팀을 선별해 그 공적을 가리는 '특별한 시상식'을 지상 중계한다.

슈퍼히어로상:드라마 무빙

한국식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이 대박을 쳤다. 하늘을 비행하고, 총에 맞아도 금세 회복되는 초능력자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거대한 위협과 싸운다. OTT 통합 플랫폼 키노라이츠가 집계한 올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본 드라마 '무빙'이다. '무빙'의 매력은 로맨스와 액션, 가족 서사를 모두 담았다는 것이다. 봉석(이장하)과 희수(고윤정), 강훈(김도훈)의 삼각관계, 희수에게 설렐 때마다 봉석의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장면은 시청자의 가슴도 뛰게 했다. 초능력자들의 화려한 액션 역시 눈을 즐겁게 했다. 500억원의 제작비, 6000여 컷의 컴퓨터그래픽 작업이 투입된 영상은 시청자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아들만을 위해 살아온 엄마(한효주), 딸을 위해 일용직으로 일하는 아버지(류승룡) 또한 시청자의 심금을 울렸다.

복수상:드라마 더 글로리

희대의 복수극이 탄생했다. 드라마계의 미다스손 김은숙 작가가 학교폭력 피해자가 어른이 돼 가해자들을 응징하는 통쾌한 복수 드라마 '더 글로리'를 만들어냈다.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 송혜교는 학폭으로 영혼이 부서진 주인공을 연기하며 복수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임지연, 박성훈, 차주영, 김건우 등의 실감나는 악역 연기는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무너뜨리는 학폭의 잔인성을 상기시켰다. "나 지금 되게 신나" "멋지다, 박연진" "알았으면 끄덕여" 등의 대사는 그야말로 올해의 유행어가 됐다. 전 세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며 2023년 상반기 넷플릭스 글로벌 시청 3위를 기록했고 상영 시간은 6억2280만시간에 달한다. 학폭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며 국내외에서 유명인에 대한 학폭 폭로가 이어지기도 했다.

K팝상:정국·뉴진스

계묘년이었던 2023년, 가요계도 토끼의 해였다. 마침 귀여운 외모에 총명한 눈빛으로 팬들 사이에서 '토끼'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아이돌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했다. 먼저 방탄소년단(BTS) 정국은 완벽한 홀로서기를 해냈다. 7월 발매된 첫 솔로곡 '세븐'으로 미국 빌보드 핫100 1위를 기록한 데다 15주 연속 차트에 오르며 여름을 달궜다. 이어 10월 '3D', 11월 '스탠딩 넥스트 유' 등도 흥행했다. 정국은 굵직했던 솔로 활동을 마치고 지난 12일 멤버 지민과 함께 육군 현역으로 입대했다. 이로써 BTS는 모든 멤버가 군 복무 중이며, 2025년 하반기께 국방의 의무를 마친 뒤 완전체로 활동할 계획이다.

다음 토끼는 지난해 데뷔한 걸그룹 뉴진스다. 올해도 곡 '슈퍼 샤이' 'ETA' 등으로 활동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미국 빌보드뮤직어워드(BBMAs)에 신설된 '톱 글로벌 K팝 아티스트' 수상 등 국내외 주요 시상식을 휩쓸었다. Y2K 향수를 자극하는 감수성과 전원 10대인 멤버들의 풋풋한 매력에 더해 독특한 음악 색깔, 유행을 선도하는 스타일 등 뉴진스의 모든 것이 화제다.

핵주먹상:범죄도시3 마동석

마석도의 핵주먹은 이번에도 통했다. OTT의 습격도, 코로나19의 여진도 모두 한방에 날려버렸다. 최종 누적관객수는 1068만명. '괴물형사' 마석도가 서울 광역수사대로 발탁되면서 신종 마약사건을 추적한다. 이번 3편의 '빌런(악역을 의미하는 은어)'은 주성철(이준혁)과 리키(아오키 무네타카)로 "넌 그냥 좀 맞자"라는 마 형사의 핵주먹에 쓰러져간다. 맨주먹으로 불의하고 사악한 사회를 날리는 통쾌한 한 방. 그는 우리 시대의 슈퍼히어로다. 내년 5월 개봉하는 후속작 '범죄도시4'의 소재는 불법 온라인 도박이다. 마 형사는 사이버수사대와 전담팀을 결성하고 또 한 번 범인들을 검거할 태세다. 다음에도 1000만 관객을 넘을까. 모든 이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사부(師父)상:세이노의 가르침

올해 3월 책이 서점가를 강타했다. 판매수량만 70만부. 1만부만 넘어도 박수받는 출판시장에서 경이로운 성적이다. 7200원이란 저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재야의 고수'로 불리는 저자 세이노(Say No)는 이 책에서 돈과 인생에 대해 말한다. 그러나 재산을 불리는 비법 따윈 책에 없다. "피보다 진하게 살아라"고 조언하는 저자는 돈보다 소중한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돈보다 더 빛나는 인생의 가치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세이노가 다른 이유는, 그가 1000억원 이상의 순자산 보유자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 가르침이 책 한 권에 담겨 있다. 무료 다운로드가 가능한 PDF까지 공개됐음에도 이 책이 그토록 인기를 끈 이유는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재조명상:달항아리

한가위 보름달처럼 둥글고 뽀얀 피부를 자랑하는 백자에 세계가 푹 빠졌다. 17세기 조선 후기에 탄생한 달항아리는 수백 년을 뛰어넘어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다. 지난 3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와 9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비슷한 시기 제작된 달항아리가 출품돼 각각 약 60억원, 47억원에 낙찰됐다. 10월에는 서울옥션에서 '국보급' 백자대호가 34억원에 팔리며 국내에서 경매된 달항아리 중 최고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은 그야말로 구름관중을 끌어모았다. 한 해 동안 강익중, 구본창 등 국내 작가들도 달항아리를 탐닉했다. 로런스 위너 같은 해외 작가 전시에도 달항아리는 주연 같은 조연이었다. 말그대로 달항아리가 '다' 했다.

추억상:슬램덩크

아저씨들이 극장으로 돌아왔다. 만화 '슬램덩크'의 힘이다. 1990년대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지난 1월 개봉한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복고 열풍을 몰고 왔다. 추억을 소환당한 30·40대는 물론, Z세대도 '슬램덩크'의 세계관에 열광했다. 한국에서 개봉한 일본 영화 최초로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CGV가 추산한 N차(2회차 이상) 관람 비중은 약 20%에 달했다. 연중 내내 특별상영도 이어졌다. 배급사는 개봉 1주년을 기념해 내년 1월부터 전국 영화관으로 특별상영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원작 만화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예스24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 안에 '슬램덩크 신장재편판'을 비롯해 슬램덩크 관련 도서만 21권이 올랐다. '슬램덩크'의 만화 분야 점유율은 10% 가까이 뛰었다.

커튼콜상:오페라의 유령

'조유령(조승우+유령)'의 힘은 셌다. 13년 만에 한국어 공연으로 돌아온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다시 한번 유령 신드롬을 일으켰다. 전 세계 186개 도시, 1억6000만명 이상의 관객이 관람한 흥행작이지만, 한국에서의 인기는 유별나다. 지난 10월 한국 1500회 공연의 금자탑을 쌓았다. 2001년 국내 초연 이후 6차례 프로덕션 만에 누적 관객 150만명을 돌파하며 얻은 기록이다. 올해는 유령 역에 조승우·최재림·김주택·전동석, 크리스틴 역에 손지수·송은혜, 라울 역에 송원근·황건하 등이 열연하며 부산, 서울, 대구에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1500회를 달성한 10월 13일 서울 공연에서 수천 명의 관객들이 유령처럼 페이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김주택 배우와 기념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결별상:피프티 피프티

신인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에겐 영광과 수모가 동시에 닥친 다사다난한 해였다. 지난 4월 데뷔 135일 만에 곡 '큐피드'가 미국 빌보드 핫100에 진입하며 '중소돌의 기적'으로 불릴 때만 해도 새로운 글로벌 K팝 아티스트의 탄생을 지켜보는 듯했다. 25주 연속 차트에 오르며 세계 음악 시장과 국내외 광고주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영광은 짧았다. 6월, 멤버들이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분쟁이 불거졌다. 프로듀싱 외주업체 더기버스가 얽혀 팀을 통째로 빼가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다툼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가처분은 기각됐지만, 소속사는 신뢰 관계가 깨진 멤버 3인에게 결별을 통보했다. 13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소속사는 홀로 복귀한 키나를 중심으로 새로운 4인조 '피프티 2기'를 꾸린다는 방침이다.

[김슬기 기자 / 김유태 기자 / 송경은 기자 / 정주원 기자 /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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