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났어요" 신고하고 11층 올라갔다…이웃 구하려다 숨진 10층 남성

이지현 기자, 최지은 기자 2023. 12. 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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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 임모씨(38)의 빈소가 차려졌다.

임씨는 전날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남성 가운데 한 명인 10층 거주자였다.

자신을 임씨의 고모라고 소개한 유족은 "어머니와 동생은 중환자실에 있고 아버지만 빈소에 있는데 (아버지가) 슬픔에 빠져 경황이 없다"고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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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도봉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임모씨(38)의 빈소가 서울 노원구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사진= 이지현 기자


"착한 우리 애 못보낸다. 우예 사노 우리는"

26일 오전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 임모씨(38)의 빈소가 차려졌다. 임씨는 전날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남성 가운데 한 명인 10층 거주자였다. 빈소 한편 마련된 작은 방에서는 중년 남성의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자신을 임씨의 고모라고 소개한 유족은 "어머니와 동생은 중환자실에 있고 아버지만 빈소에 있는데 (아버지가) 슬픔에 빠져 경황이 없다"고 눈물을 흘렸다.

크리스마스 당일 23층 아파트의 3층에서 시작된 불길은 17층까지 순식간에 옮겨붙었다. 부모님, 남동생과 함께 10층에 거주하던 임씨는 가족들을 다 대피시킨 뒤 11층에 화재를 알리러 올라갔다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에 따르면 화재 당시 임씨는 가족들과 함께 잠을 자고 있었다. 임씨는 화재 최초 신고자이기도 하다.

안타까운 사고에 평소 임씨를 알지 못했던 시민들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장례식장을 찾았다는 김모씨(58)는 조용히 조문을 마치고 빈소를 나온 뒤 "나도 아파트에 사는데 남일 같지가 않아서 인연도 없는데 빈소를 찾았다"며 "임씨 아버지가 (아들이) 착하고 효자인데 갑자기 세상을 등져 마음이 아프다고 엉엉 우셨다"고 전했다.

임씨와 함께 숨진 박모씨(33)는 2세 자녀를 경비원들이 들고 있던 재활용 포대 위로 던진 후 생후 7개월 된 딸을 이불로 감싸 안은 채 4층에서 뛰어내렸다. 박씨 부인과 자녀 2명은 생명에 지장이 없으나 박씨는 끝내 숨졌다. 박씨의 빈소는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두 사람에 대한 부검을 진행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임씨에 대해 '화재 연기 흡입에 의한 화재사', 박씨에 대해 '추락에 의한 여러 둔력 손상'이라는 부검 1차 소견을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혐의점 등은 발견되 않았고 조직, 독극물 검사 등을 진행한 후 최종 사인 결론을 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부터 약 4시간30분에 걸쳐 경찰과 소방 당국의 합동 감식이 진행됐다. 화재가 처음 발생한 301호에서 발화 원인을 찾는데 주력했다.

합동 감식이 끝난 후 경찰 관계자는 "거실과 가까운 작은 방에서 처음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이고 발화 지점도 특정했다"며 "감식 결과 전기 용품 때문에 불이난 것은 아니고 인적 요인으로 불이 났다는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이어 "방화문이 열려있었고 스프링쿨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은 향후 관련자 조사를 통해 발화 원인에 대한 조사를 더 이어갈 방침이다. 합동 감식 결과는 최소 20일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26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 소재 아파트 단지에서 지난 25일 새벽 발생한 화재사고 현장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3.12.26.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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