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의 부활?..작전배치가 던지는 화두 [fn기고]

이종윤 2023. 12. 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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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강화된 전력 갖춘 신형 천안함에도 현실 직시 노력 기울여야
 -천안함은 여전히 2함대에 전시돼 서해 수호 의지 불태우고 있어 
 -천안함 '부활'이라며 사라진 역사의 유물로 호도돼선 안 돼 
 -과거 천안함이 왜 침몰했는지에 대한 원인 설명 뒷전으로 밀려 
 -북한에 천안함 피격 사죄와 책임자 처벌 요구 중단되선 안 돼 
 -이것이 과거 천안함과 현재 서해를 수호하는 천안함의 존재 이유 
 -北도 2010년 중반 이후 1500톤급 압록급 호위함 등 첨단함정 확보시작 
 -北 핵 위협으로 강압, 한국 대응 구속하면서 NLL서 도발 나설 가능성 
-천안함 기리며 북한 도발대응 시나리오 촘촘하게 수립, 훈련 반복해야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2010년 3월 26일 2함대 소속 초계함인 천안함(PCC-772)이 경계작전 임무 해역에서 북한 소형잠수정의 기습 어뢰공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NLL(북방한계선) 수호를 위해 최전방 해역에서 소임을 하던 승조원 중 46명은 전사하고, 천안함은 침몰했다. 같은 해 4월 두 조각이 난 천안함은 인양되었고, 2함대사령부에 북한의 만행을 잊지 말고 소임을 다한 군인을 기리는 차원에서 전시되게 된다. 한편 신형호위함 중 한 척이 천안함이라는 함명을 부여받았고 바로 그 함정이 2023년 12월 23일 2함대에 작전배치되었다. '신형' 천안함은 '과거' 천안함과는 확연하게 차별화된 능력을 갖추었다. 함정 톤수는 약 3배 가까이 증가했고, 전술함대지유도탄 뿐 아니라 장거리 대잠어뢰도 구비했다. 나아가 '과거' 천안함에서 가장 취약하다고 평가되던 대잠전 능력이 한층 강화되었고 대잠헬기도 운용 가능한 헬기갑판까지 갖추었다. 하지만 '신형' 천안함이라는 것에 도취되어 현실을 직시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생각의 시점이 있다.

첫째, '천안함 부활'이라는 용어가 부합한 것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2010년 NLL 수호를 위해 전장에 투입되었던 천안함은 비극적 사건을 간직한 채 2함대에 여전히 전시되어 서해 수호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런데 천안함 부활이라는 용어로 '과거' 천안함이 마치 기억속에서 사라지거나 역사 속 유물이 된 것처럼 호도되어서는 안 된다. 천안함은 '과거'의 천안함과 '신형' 천안함이 모두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현재'의 천안함은 '과거'의 천안함을 제대로 기리는 가운데, NLL 수호의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데 정신적 전우로 삼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과거' 천안함이 왜 바다에서 나와 육상에 전시되어야 했는지를 새기고 또 새겨야 한다. 최근 천안함 부활을 언급하면서 '과거' 천안함이 왜 침몰했는지에 대한 원인 설명은 뒷전으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천안함 부활을 언급하기 전에 먼저 북한의 도발로 천안함 피격사건이 발생했고 아직까지 북한은 유감 표명이나 사죄가 없다는 점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이 공격 주체라는 현실 인식이 부지불식간에 약화되고 나아가 한국의 안보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더불어 북한이 천안함 피격사건에 한국 정부와 유가족에 사죄하고 도발에 가담한 책임자 처벌을 하도록 요구하는 노력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바로 '과거' 천안함이 존재하는 이유이고, '현재' 천안함이 서해 수호 임무에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동기이기도 하다.

둘째, '신형' 천안함이 작전배치로 한국군의 NLL 수호 역량이 증가된 것은 분명하나 달라진 북한의 도발 환경 및 인프라도 주목함으로써 최첨단 신형함정이라는 플랫폼 자체에 매몰되는 함정을 피해야 한다. 과거 서해에서 북한해군은 수많은 도발을 자행하여 왔고, 한국해군은 이러한 도발에 강한 소임과 숙달된 전투능력으로 승전을 이어왔다. 1, 2차 연평해전과 대청해전이 대표적인 승전 사례다. 기습공격을 받은 한국해군이 이처럼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항재전장 의식과 숙달된 작전능력 때문이었다.

이와 더불어 북한해군 함정 대비 우수한 한국해군의 함정 역량도 승전의 비결이었다. 북한해군 함정은 사통장비도 없이 수동으로 포대를 돌려야 하는 2차 세계대전 수준의 노후한 함정으로 NLL 해역에서 도발을 감행했고 그 과정에서 사통장비를 장착한 한국해군의 우수한 함정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그런데 천안함 피격사건 후인 2010년 중반부터 북한도 1500톤급 압록급 호위함 등 첨단함정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이 의미는 '신형' 천안함이 과거처럼 노후 북한함정을 상대로 할 것을 전제로 작전에 나서면 안 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특히 북한은 신형 천안함 작전배치에 발 맞추어 신형호위함을 투입하여 NLL 도발을 일으킴으로써 '신형' 천안함 능력을 떠보려 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자평하는 북한이 이 과정에서 핵 위협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한국이 단호한 대응을 못하도록 강압하거나 구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형' 천안함 작전배치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그렇지만 도발의 주체인 북한도 과거와는 차별화된 핵능력, 신형함정 등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천안함 '부활'에 도취되는 것보다 '과거' 천안함을 기리며 대적관을 높여 도발대응 시나리오를 촘촘하게 수립하고 훈련을 반복해야 하는 이유다.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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