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픽처] 마약 불똥·마블 침체·'서울의 봄' 열풍…2023 영화계 '7대 뉴스'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2023년 영화계와 극장가는 코로나19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인고의 시간이었다.
1분기까지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안방을 내주며 한국 영화의 위기감이 치솟았다. 코로나19로 영화 관람의 패러다임이 극장에서 OTT로 이동한 데다 관람료 인상으로 극장의 문턱은 한층 높아졌다.
국내 영화계엔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극장이 관람료를 세 번이나 인상할 동안 한국 영화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는 관객의 지적도 쏟아져 나왔다.
비단 한국 영화만의 위기는 아니었다. 영화를 고르는 관객의 시선이 까다로워지면서 국내에서 '흥행 불패 신화'를 자랑하던 마블의 히어로 영화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호황기에는 너도나도 '상생'을 외쳤지만 상반기 내내 "이러다 다 죽는다"는 앓는 소리가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상반기까지 '범죄도시3' 빼고 다 죽을 쑤는 상황이었다. 여름 시장을 기점으로 흥행작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밀수'가 여름 시장의 불씨를 되살렸다면, '서울의 봄'은 겨울 시장에 불꽃을 터트렸다. '서울의 봄'은 천만 흥행에 성공하며 '극장의 봄'을 이끌었다. 이순신 3부작의 대미인 '노량:죽음의 바다'가 올 겨울 또 한 번의 대형 흥행을 노리고 있다.
그 결과,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긴 한국 영화는 '범죄도시3'(누적 관객 1,068만 명·손익분기점 180만 명), '밀수'(누적 관객 514만 명·손익분기점 400만 명), '잠'(누적 관객 147만 명·손익분기점 80만 명), '콘크리트 유토피아' (누적 관객 384만 명·손익분기점 380만 명), '30일'(누적 관객 200만 명·손익분기점 160만 명), '서울의 봄'(누적 관객 1,073만, 손익분기점 450만 명)까지 총 6편이다.
다사다난했던 2023년 영화계를 정리하며 7대 뉴스를 꼽아봤다.
◆ 유아인·이선균 마약 스캔들, 900억 도미노 재앙
2023년 영화계 가장 큰 뉴스는 유아인, 이선균의 마약 스캔들이다. 과거에도 영화계 마약 사건을 종종 있었지만 최정상급 배우가 마약 혐의로 영화 개봉과 제작이 스톱되는 초유의 사태가 생긴 건 처음이었다.
유아인은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3월 사이 프로포폴 등을 181회 상습 투약하고,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44회에 걸쳐 다른 사람 명의로 수면제를 불법 처방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중이었던 유아인 주연의 영화 '승부'와 '하이파이브', 드라마 '종말의 바보'의 개봉 및 공개가 무기한 연기됐다. 세 작품의 제작비 규모만 해도 약 600억에 달한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영화 '기생충', '잠'의 연속 히트로 데뷔 이래 가장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던 이선균 역시 마약 스캔들에 연루됐다. 2023년 초부터 강남의 유흥업소 종업원 A씨의 자택에서 여러 차례 대마와 다른 종류의 마약류를 흡입·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0월 경찰 조사와 함께 이선균의 활동도 올스톱됐다. 주연을 맡은 영화 '행복의 나라'와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촬영을 마치고 개봉 대기 중인 상황이었고, 드라마 '노 웨이 아웃'은 첫 촬영을 앞두고 있었다. '노 웨이 아웃'은 주연 배우를 교체해 재정비했지만 두 편의 영화는 '이선균 악재'로 인해 개봉 시기가 불투명해졌다. 두 영화의 제작비는 약 300억 규모다.
두 스타 배우의 마약 스캔들에 영화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에 직접 관계된 사람들만의 악재가 아니었다. 배우 개인의 일탈이 작품에 끼치는 영향은 천문학적 규모지만 이를 미연에 방지할 방법이 없고, 그 피해를 투자사와 제작진이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남의 일처럼 여길 수 없는 악재였다. 개인의 책임감을 넘어선 계약상의 위약금 명시 등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 日 애니메이션 강세...추억과 위로의 정서 통했다
2023년 1분기 국내 극장가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점령하다시피 했다. 인기 만화 '슬램덩크'를 원작으로 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3040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며 477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동일본 대지진의 아픔을 감성 넘치는 연출로 풀어낸 '스즈메의 문단속'은 557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추억 소환', '스즈메의 문단속'은 위로의 정서로 관객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두 작품은 2023년 국내 전체 흥행 순위에서 각각 4위와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상반기 내내 100만 돌파작조차 내지 못했던 한국 영화의 장기 침체를 생각하면 일본 애니메이션의 활약은 놀라운 비상이었다.
◆ '범죄도시3', 연속 천만 신화…명과 암
1편 688만 명, 2편 1,269만 명을 모았던 '범죄도시' 시리즈의 흥행 신화는 3편으로도 이어졌다. 3편은 개봉 32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최종 관객 수 1,068만 명을 기록했다. 2편과 3편의 연속 천만 흥행은 코로나19 기간에 거둔 성취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3편의 경우 흥행과 별개로 작품에 대한 평가는 좋지 못했다. 안일한 기획과 짜임새 떨어지는 완성도, 스타의 개인기에 의존한 액션 영화라는 혹평을 면치 못했다.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가 된 '범죄도시'의 이름값과 마동석이라는 스타 파워가 빚어낸 흥행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만큼 향후 시리즈에 대한 우려도 터져 나왔다.
'범죄도시'는 3,4편을 동시에 촬영했고 4편은 내년 공개 예정이다. 8편까지 기획된 시리즈가 생명력을 길게 이어가기 위해서는 변화와 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 여름 대작의 몰락 VS 중소 영화의 반란
텐트폴 대작의 흥행 참패와 중소 영화의 흥행 돌풍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연중 최대 성수기인 7월 말과 8월 초에 '밀수', '더 문',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출사표를 던졌고 '밀수'가 최종 1등을 차지했다. 마지막 주자였던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평단의 가장 높은 평가를 받으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그러나 200억대의 제작비를 투입한 '더 문'과 '비공식작전'이 손익분기점(약 600만 명)에 한 참 못 미치는 51만 명, 105만 명을 동원하는데 그쳐 '폭망'했다. '비공식작전'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은 '끝까지 간다', '터널'을 연속 흥행시키며 완성도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뛰어난 역량을 보여줬고, '더 문'의 김용화 감독은 전작 '신과함께' 1,2편 모두 천만 흥행에 성공하는 최절정의 흥행 감각을 자랑해 왔던 연출자다. 영화의 흥행이라는 게 "하늘밖에 알 수 없다"고 할 정도로 불확실성이 크지만, 뛰어난 역량과 흥행에 관한 한 남다른 감을 보여왔던 두 감독의 부진은 영화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반면 '중소 영화의 반란'도 눈길을 끌었다. 약 50억의 제작비로 완성된 '잠'과 약 80억의 제작비로 완성된 '30일'이 손익분기점을 능가하는 흥행에 성공하며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잠'은 신인 감독의 패기와 두 베테랑 배우의 연기력으로 스릴러 영화의 영리한 변주라는 호평을 받았고, '30일'은 2030 세대의 취향과 감성을 저격한 로맨틱 코미디로 흥행의 달콤한 맛을 봤다.
영화계에서는 100억 미만의 중소형 영화의 기획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대작의 연이은 실패와 불확실성으로 인해 4대 투자배급사 모두 대작 제작에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마블의 시대는 갔다?…무너진 '마블민국' 신화
마블 히어로 영화의 장기 부진도 충격적인 결과였다. 마블 스튜디오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이하 '앤트맨3')로 페이즈 5기의 시작을 알렸지만 국내에서 155만 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제작비 2억 달러를 투입한 '앤트맨3'의 손익분기점은 약 6억 달러. 북미에서 2억 1,245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월드박스오피스에서 4억 7천만 달러의 수익을 내는데 그치며 손익분기점 달성에 실패했다.
마블의 위기는 '더 마블스'로 가속화됐다. 한국 배우 박서준이 출연한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69만 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북미, 중국, 영국 등에 이어 전 세계 5위권의 흥행 성적을 기록해 온 한국은 더 이상 '마블민국'이 아니었다. 제작비 2억 7천만 달러를 투입한 '더 마블스'의 손익분기점은 약 6억 달러. 북미에서는 고작 8,400만 달러를 모으는데 그치며 마블 영화 중 처음으로 1억 달러 미만의 북미 성적을 거둔 영화가 됐다. 월드 박스오피스에서도 2억 달러를 간신히 넘는데 그쳐 '폭망'하고 말았다.
마블 스튜디오의 위기는 '어벤져스:엔드게임'으로 인기의 정점을 찍었던 페이즈 3기 이후 예견됐던 바였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중추적 캐릭터인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의 동시 은퇴로 인한 스타 캐릭터의 부재, MCU의 재정비라는 거대한 숙제가 남겼기 때문이었다. '이터널스', '토르: 러브 앤 썬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등을 내세운 페이즈 4기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페이즈 5기에 들어서는 디즈니 플러스와의 연계를 의식한 무리한 서사 확장과 공감을 얻지 못한 PC주의, 스타 부재로 인한 화제성 하락 등이 총체적으로 작동해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여기에 배우 악재도 터졌다. '앤트맨3'의 빌런이자 향후 페이즈 5기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캉' 역할의 조나단 메이저스가 여자친구 폭행 혐의로 유죄를 받아 마블에서 퇴출됐다. 타노스급 빌런으로 기대를 모았던 캐릭터였기에 당장 제작을 앞둔 '어벤져스: 캉 다이너스티'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 신드롬 일으킨 '서울의 봄', '범죄도시3' 누르고 2023 흥행킹
상반기에 '범죄도시3'가 흥행을 견인했다면 하반기엔 '서울의 봄'이 극장가에 숨통을 틔여줬다.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지연시킨 12.12 군사 반란에 픽션을 가미한 '서울의 봄'의 핵심 정서는 분노였다.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는 심박수를 체크하는 챌린지가 이뤄지며 영화 초반 화제몰이를 하기도 했다.
개봉 33일 만에 천만 고지에 오른 '서울의 봄'은 누적 관객 1,073만 명을 기록해 '범죄도시3'(누적 1,068만 명)를 제치고 2023년 가장 흥행한 영화가 됐다. '기생충' 이후 4년 만에 프랜차이즈가 아닌 단일 작품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기록이었다.
'서울의 봄'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인 만큼 흥행 이후 역사에 대한 재평가, 실존 인물에 대한 재조명까지 이뤄지며 영화가 지닌 사회적 파급효과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
'남산의 부장들'에 이어 '서울의 봄'을 성공으로 이끈 하이브미디어코프는 1980년 시행된 언론 회유 공작 계획을 소재로 한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들은 관객 확장성 면에서 물음표를 달고 다녔지만 '서울의 봄'의 대형 흥행으로 인해 영화 소재의 화수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괴인'·'너와 나', 독립영화의 저력
한국 영화계에서는 올해 두 편의 대형 흥행작, 중소 영화의 약진이 두드러지며 2024년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또 하나 고무적인 것은 독립영화계에서 빼어난 수작들이 잇따라 나왔다는 점이다.
이정홍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영화인 '괴인'은 일상성의 비범함을 긴장과 이완의 연출로 절묘하게 그려내며 2023년 한국영화계의 최대 수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배우로 유명한 조현철의 영화 연출작 '너와 나' 역시 올해의 발견으로 꼽힌다. 세월호의 비극과 아픔을 10대 여고생들의 우정과 감수성으로 풀어내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이밖에 '비밀의 언덕', '절해고도', '만분의 일초', '스프린터' 등도 2023년을 빛낸 독립영화로 꼽혔다.
재미도 의미도 없는 상업영화의 범람 속에서 참신한 아이디어와 탄탄한 만듦새로 무장한 독립영화들의 약진은 한국 영화계에 건강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ebada@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박나래, 세금 수천만 원 추징 해명…"세법 해석 차이, 악의적 탈세 아냐"
- 풍자, 반려견 학대 및 방치 의혹 해명…"경찰도 기가 차서 웃어"
- 손범수, "아나운서 되고 싶다"던 대학생 전현무에 "넌 안 돼" 팩폭한 사연은?
- "아이들의 꿈에 도움 되길"…NCT 도영, 성탄절 앞두고 5천만원 기부
- 안정환도 학폭 피해자였다…"성인 됐는데 아직도 기억나" 상처 고백
- 1000만 구독자 보유 유튜버, 술 취한 여성 강간 혐의 구속 기소
-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NCT 텐, 건강상태에 직접 입열어
- 당학덕, 故 장국영과 찍은 생전 크리스마스 사진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