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새마을금고 김인 신임 회장 앞에 놓인 과제

김태호 기자 2023. 12. 2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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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새마을금고에 유달리 아픈 한 해였다.

8월엔 검찰이 박차훈 전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을 비롯해 임직원들의 비위를 적발하고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올해 4월부터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새마을금고는 이제부터 새 중앙회장과 함께 혁신 드라이브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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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새마을금고에 유달리 아픈 한 해였다. 창사 60주년을 맞았지만 온갖 부정적인 이슈가 불거졌다. 지난 7월, 18조원에 이르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발생했다. 비슷한 시기 경기 남양주동부금고 합병 소식이 알려지자 돈을 찾으려는 고객들이 지점 앞에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8월엔 검찰이 박차훈 전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을 비롯해 임직원들의 비위를 적발하고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새마을금고 위기설이 진부하게 들리던 12월 21일, 신임 중앙회장을 뽑는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선거 전부터 새 중앙회장으로 누가 뽑힐지 관심이 쏠렸다. 금고 안팎을 막론하고 새마을금고엔 통솔력 강한 리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 5년간 새마을금고가 보인 갈지(之)자 태도를 고치자는 목소리다. 새마을금고는 상호금융이란 점을 내세워 은행권 수준의 규제는 요리조리 피했다. 느슨한 규제 속 전문성이 부족한 지역 금고들은 은행보다 더 적극적으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사모펀드(PEF) 등 대체 투자에 나섰다. 관리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이를 방관했다.

이 사이 내부통제는 무너졌다. 박 전 회장을 비롯해 지역 금고 직원까지 위아래 할 것 없이 자기 잇속을 챙기다 금고에 손해를 끼쳤다. 대체 투자 실패로 수익성은 바닥을 찍었다. 올해 상반기 전국 새마을금고는 123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대국민 신뢰도도 함께 붕괴했다. 지금도 새마을금고 관련 기사 댓글엔 ‘내 돈을 못 맡기겠다’는 비아냥이 달린다.

새로 선출된 김인(71) 회장의 집무실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쌓여 있다. 당장 2금융권 뇌관이라 불리는 부동산 PF 사업부터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 부실 우려가 있는 사업장은 과감히 매각하고 지역 금고들의 불나방식 대체 투자를 중앙회가 나서 통제할 방법을 모색하는 게 우선이다.

미봉책으로 막아놨던 연체율 문제도 대비해야 할 사안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올해 4월부터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취약 차주(돈 빌리는 사람)의 원리금 상환을 유예해 상생금융을 실천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일부 지역 금고에서 장부상 연체율이 높게 기록되지 않도록 대규모 사업장 대출에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적용해 연체 상황을 장부에서 지웠다고 전해진다. 사정이 어려운 이들을 돕는 대신 연체율 면피를 위해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악용한 것이다. 채무조정 프로그램은 올해를 끝으로 종료된다. 임시로 눌러놨던 연체율 문제는 더 큰 파도로 밀려올 전망이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선출된 김인 회장은 금고 내에서 인품이 좋다는 평이 전해진다. 하루는 김 회장이 직원들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한 직원에게 어린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회장은 바로 근처 남대문시장에 들러 손수 어린아이 옷을 사다 줬다고 한다. 칠순을 넘긴 나이지만 체대 출신답게 건강한 신체를 가꾸고 처음 만난 이에게도 넉넉한 인심을 보여줬다는 평도 들린다. 훈훈한 미담일지 모르겠으나 지금 새마을금고에 필요한 리더는 덕장(德將)이 아니다.

새마을금고는 이제부터 새 중앙회장과 함께 혁신 드라이브를 시작한다.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임기는 2년, 시간은 짧다. 김인 회장이 얽히고설킨 적폐를 정확히 파악하고 한 칼에 도려낼 지용(智勇)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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