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비대위원장 '총선 불출마' 메시지가 담고 있는 의미는

대권 행보 속도조절…공천 잡음 최소화 효과
친윤계 및 영남권 의원들의 험지 또는 불출마 이끌어낼 명분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장 임명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2.2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취임 일성으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한 위원장이 여권의 총선 승리를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진행한 취임 입장 발표에서 "저는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겠다. 비례로도 출마하지 않겠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오직 동료시민과 이 나라의 미래만 생각하면서 승리를 위해서 용기 있게 헌신하겠다"며 "저는 승리를 위해 뭐든 다 하겠지만 제가 승리의 과실을 가져가진 않겠다"고 했다.

비대위원장 내정 전부터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나 비례대표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되던 한 위원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을 두고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가 아직 2년차인 상황에서 차기 권력으로 부각되는 것이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에 입문한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차별화에 성공할 것인지가 주목받는 만큼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는 해석이다.

한 위원장이 공천 대상에서 벗어나면서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아울러 사심 없이 총선 승리에만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져 당의 주류인 친윤계와 영남권 의원들의 험지 또는 불출마를 이끌어 낼 명분이 될 수도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취임 입장 발표에서 "국민의힘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국민께 헌신할, 신뢰할 수 있는, 실력 있는 분들을 국민들께서 선택하실 수 있게 하겠다. 공직을 방탄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 분들, 특권의식 없는 분들만을 국민들께 제시하겠다"며 "우선 우리 당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하시는 분들만 공천할 것이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나중에 약속을 어기는 분들은 즉시 출당 등 강력히 조치하겠다"고 공천을 언급하기도 했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한 위원장에게 선택지는 많은 상황이다. 총선을 승리로 이끌 경우 직후 열릴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출마할 가능성도 있고 앞서 국무총리설도 나온 바 있다. 과거에도 정치권에선 한 위원장의 총선 출마에 대해 초선 의원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 다른 역할을 맡는 것이 적절하다는 목소리가 있어 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본인의 정치적 야욕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리더십을 조기에 구축하고 공천 잡음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윤 대통령과 차별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는 효과도 있는 만큼 윤 대통령한테 보내는 메시지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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