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된 '방화문·스프링클러'…전문가 "방화문 제대로 닫았더라면"

장성희 기자 2023. 12. 2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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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새벽 도봉구의 한 고층 아파트 3층에서 시작한 화재로 주민 2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 당했다.

피해 증가의 원인으로 열린 방화문과 미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열려있던 방화문이 박 할머니의 목숨을 앗아갈 뻔했다고 지적한다.

건축물 방화구조 규칙에 따르면 방화문은 언제나 닫힌 상태를 유지하거나 화재로 인한 연기·불꽃 등을 감지해 자동으로 닫히는 구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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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방화문'과 미설치 '스프링클러' 화재 키운 원인 지목
전문가 "방화문 닫고 연기 차단 뒤 119 구조 기다렸어야"
26일 오전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 화재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관계당국으로 구성된 합동감식팀이 감식을 하고 있다. 전날 이 아파트에선 화재가 발생해 3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관계당국은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3층 내부에서부터 현장감식을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2023.12.2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크리스마스 새벽 도봉구의 한 고층 아파트 3층에서 시작한 화재로 주민 2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 당했다. 화재로 발생한 연기가 계단을 타고 올라가며 피해 규모도 불어났다.

피해 증가의 원인으로 열린 방화문과 미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지목된다. 방화문이 열려 있어 연기가 확산했고 스프링클러가 없어 초기에 불을 끄지 못했다는 것이다.

설비나 제도 보강이 필요하지 않냐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기술이나 제도는 여느 선진국 못지않다"며 현행 제도 운용 내실화에 무게를 뒀다.

◇ 열린 방화문이 화 키워…미설치된 스프링클러도 문제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지난 25일 사고가 일어난 아파트 20층 복도에서 입주민 박모(71) 할머니가 심 정지된 채로 발견됐다. 다행히 심폐소생술 후 박 할머니는 정신을 되찾았다.

전문가들은 열려있던 방화문이 박 할머니의 목숨을 앗아갈 뻔했다고 지적한다. 건축물 방화구조 규칙에 따르면 방화문은 언제나 닫힌 상태를 유지하거나 화재로 인한 연기·불꽃 등을 감지해 자동으로 닫히는 구조여야 한다.

하지만 소방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방화문은 열려 있던 것으로 보인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방화문 설치가 돼 있어도 열어두는 경우가 많다"며 "열린 방화문으로 인해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미설치된 스프링클러도 문제였다. 2001년 아파트가 완공될 당시, 스프링클러는 16층부터 의무적으로 설치됐다. 불이 시작된 3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는 뜻이다. 26일 서울경찰청 감식반은 "스프링클러는 없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스프링클러 같은 소방시설이 설치돼 있으면 초기에 진화가 되지만 오래된 건물이라 초기에 불이 꺼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설비 보강? 현 제도부터 잘 운용해야"

전문가들은 소방시설의 확충이나 제도적 보완보다 현행 제도가 현장에 뿌리내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미 제도적으로는 더 보완할 부분이 크게 없다는 이유다.

공 교수는 "현재 6층 이상 건물이면 전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면서 "(소방설비를) 물론 추가 설치하는 것도 좋겠으나 현실적으로 비용 문제가 있어 있는 것부터 활용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방시설 문제를 짚은 류 교수 역시 오래된 구옥 등에 대해서 보강할 수 있으나 이미 있는 제도부터 잘 운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해 확산 원인으로 지목받은 방화문 관리가 대표적이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방화문이나 현관문을 제대로 닫고 대피만 해도 사고 예방이나 피해 축소에 큰 영향을 준다"며 방화문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입주민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 교육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화재예방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소방 안전관리 대상물의 관계인은 법 제37조 제1항에 따른 소방훈련과 교육을 연 1회 이상 실시해야 한다.

소방 전문가들은 교육이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대피 훈련을 1년에 한 번씩 해야 하는 데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교육이 있어도) 수박 겉핥기인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예를 들어 이번 사고의 경우 입과 코를 막고 자세를 낮춰 이동하는 건 아파트와 같은 수직 공간에서 적절치 않다"며 "밖으로 나가지 말고 문을 막고 연기를 최대한 차단한 뒤 119의 구조를 기다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채 교수는 상황에 따른 "형식적으로 치우친 교육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grow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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