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안녕하셨습니까] 온통 페이커… 글로벌 제패한 게임전사들
항저우 亞게임·롤드컵서 '주목'
부정적 인식 바꾸며 한국 알려
[2023 안녕하셨습니까-e스포츠 전성시대]
"'언젠가는 게임이 스포츠가 될 수 있다. 게임으로 전 세계 젊은이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정신 나간 소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정신 나간 소리를 믿었습니다."
e스포츠를 중계하는 전용준 캐스터가 10년 전 스타리그 공식 무대에서 이별을 고하며 한 말이다.
e스포츠는 스타크래프트가 붐을 일으킨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 싹을 틔운 데 이어 20여년이 지난 지금 게임과 스포츠, 산업을 묶는 새로운 '장르'가 됐다. 한국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장르는 마이클 조던, 메시 급의 지명도를 가진 글로벌 스타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특히 e스포츠가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올해 여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롤) 종목 금메달을 한국 선수들이 획득했다. 이어 지난달 서울 구로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에서 한국 팀 'T1'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날 결승전은 최다 동시접속자 1억명이 시청한 것으로 추산된다.
e스포츠의 부상과 한국 팀의 선전의 가운데에 T1의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자리잡고 있다. 이상혁 선수는 '롤계의 메시이자 마이클 조던'이란 평가를 받는 입지전적 인물로, 2011년부터 매년 열린 롤드컵에서 4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국제대회 공식 영상에 담긴 '모든 길은 저를 통한다', '네 번째 우승은 동료를 위해서'라는 표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8강부터 중국팀을 전부 꺾으면서 7년 만에 우승했다.
2022년 메시가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한 후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것과 같이 이상혁 선수도 롤드컵 우승으로 더 존재감이 커졌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최근 전 세계 스포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명 중 1명으로 페이커를 선정하고, 온라인판 기사에서 그의 사진을 한 가운데 배치했다.
페이커는 최근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록'에 3년 만에 출연했으며 내년 1월 JTBC 예능 '아는형님'에는 페이커 선수를 비롯한 T1 선수 전원이 출연할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아프리카TV 개인방송에서 본인이 읽었던 서적을 소개했으며 26일 SK그룹 방송에도 출연해 롤드컵 우승의 의미,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 새해 목표 등에 대해 계열사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인터뷰도 진행했다.
이상혁 외 다른 선수들도 존재감이 커졌다. T1 소속 '제우스' 최우제 선수와 '구마유시' 이민형 선수도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방송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들의 활약상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e스포츠 선수들은 게임 중독자가 아닌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 대우받고 활동한다.
이름 있는 e스포츠 선수들의 몸값과 연수익도 웬만한 프로스포츠 선수들을 뛰어넘는다. 국내 대회인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1군에 등록된 선수들은 6000만원의 최저연봉을 지급받는다. 페이커는 기본 연봉만 70억~1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 연봉 250억원을 제안했지만 거절하고 국내에 남기도 했다. e스포츠 선수들의 연봉은 공개되지 않지만 이름난 선수들은 1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게임이라면 손사레를 치던 부모님들이 '너도 게임 좀 잘하지 그랬냐'는 농담 섞인 말을 할 정도다.
기업들은 주시청자 층인 'MZ세대'와 글로벌 진출을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e스포츠를 택하고 있다. 작년 8월부터 LCK 공식 후원사로 참여한 JW중외제약은 기업 로고와 인공눈물 '프렌즈 아이드롭' 브랜드를 노출해 효과를 얻고 있다. 롤팀을 운영하고 있는 한화생명은 지난 15일 e스포츠를 결합한 '라이프 플러스 HLE 저축보험'을 내놓기도 했다. 온라인 전용 상품이면서 구단의 성적에 따라 보너스를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지급한다.
산에 묘목을 심어 숲을 만드는 데 10년, 울창한 숲은 수십년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수출 산업으로 성장한 게임이 e스포츠라는 또하나의 산업이자 스포츠를 탄생시키면서 글로벌에 'K-소프트웨어', 'K-브랜드'의 숲을 만들어내고 있다.
김영욱기자 wook9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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