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피고에게 책과 현금 건넨 판사… “어머니 산소 꼭 가라” 말에 눈시울

송복규 기자 2023. 12. 2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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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실천한 판사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박주영 부장판사는 피고인 노숙인에게 죄를 엄중히 물으면서도 위로의 말과 책, 찜질방에 갈 돈 10만원을 건넸다.

특히 A씨는 박 부장판사가 "어머니 산소를 꼭 찾아가 보시라"는 말에 눈시울을 붉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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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부장판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2020년 9월 사법부의 발전과 인식 개선 등에 기여한 우수 종사자들에게 수여하는 표창장을 받은 모습.(대법원 제공)/뉴스1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실천한 판사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박주영 부장판사는 피고인 노숙인에게 죄를 엄중히 물으면서도 위로의 말과 책, 찜질방에 갈 돈 10만원을 건넸다.

50대 남성 노숙인 A씨는 특수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올해 9월 28일 오전 1시쯤 부산의 한 편의점 앞에서 또 다른 노숙인 B씨와 함께 술을 마시다 말다툼 끝에 흉기를 꺼내 위협한 혐의를 받는다.

박 부장판사는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2년을 명령했다. 박 부장판사는 현장에서 흉기를 스스로 발로 밟아 부러뜨린 점과 피해자 B씨가 처벌을 원치 않는 점, 초범인 점, 개과천선할 여지가 있는 점 등을 들어 실형을 내리지 않았다.

선고 후 박 부장판사는 “생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며 “주거를 일정하게 해 사회보장 제도 속에 살고 건강을 챙기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A씨가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중국 작가 위화가 쓴 ‘인생’이라는 책과 현금 10만원을 챙겨줬다. 특히 A씨는 박 부장판사가 “어머니 산소를 꼭 찾아가 보시라”는 말에 눈시울을 붉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야기는 법정 상황을 본 이들이 주변에 전하며 널리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장판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례적인 한파로 노숙하는 A씨가 염려돼 찜질방에서 자라는 뜻으로 돈을 건넸다고 밝혔다.

박 부장판사는 2019년에도 동반자살을 시도했다가 혼자 살아 자살방조 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지금보다 좋은 날이 올 것으로 확신한다”는 편지와 차비를 건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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