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지역 일손 부족 심각”···제조현장직·돌봄서비스 구인난 심화
구인 일자리와 구직 일자리의 수요와 공급이 다른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이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더 심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30~40대에서 제조 현장직 일자리를 기피하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돌봄 서비스 분야의 구인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송상윤 과장·김동준 조사역, 한은 조사국 배한이 과장이 26일 발표한 ‘지역 노동시장 수급 상황 평가’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3분기와 올해 3분기를 비교했을 때 대부분 지역에서 구인증가율이 구직증가율을 웃돌았다. 16개 시도를 비교했을 때 노동 공급·수요의 양적 분포를 보여주는 구직 대비 구인 배율은 광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노동의 양적·질적 분포를 포함한 미스매치 지수는 제주, 광주, 강원, 대전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각각 커졌다. 특히 올 3분기 기준 대전은 구인이 구직에 비해 크게 모자란 반면, 전남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인력을 채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지역에서 기업이 채용에 나서더라도, 적절한 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 이날 한은이 발표한 ‘지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1월 전국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업체 비중은 2019년 12.0%에서 올해 15.3%로 증가했으며, 응답업체의 22.2%는 2019년보다 2023년 채용경쟁률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지역의 노동 미스매치가 심한 원인으로는 제조현장직 기피와 돌봄 서비스 구인 증가 등 두 가지가 꼽혔다.
제조현장 일자리는 40대 이하에서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난다. 실제 30대 이하의 2019년 3분기 대비 2023년 3분기 전체 구직증가율은 10%였지만, 같은 기간 30대의 제조현장직 구직은 오히려 15% 감소했다. 40대의 제조현장직 구직도 5.2% 줄었다. 송 과장은 “화학, 금속, 단순 제조직에서 특히 구직보다 구인이 많았다”며 “여타 직종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60대 이상 고령층에서만 제조 현장직 취업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돌봄 서비스 분야의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주요한 원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3분기와 올 3분기를 비교했을 때 돌봄 서비스 구인은 133.9% 증가했고, 구직은 47.1% 늘어나는데 그쳤다. 전체 구인 중 돌봄서비스 구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월 5.7%에 그쳤으나, 올해 9월 중에는 11.3%까지 상승했다.
제조현장과 돌봄은 일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운 반면, 경영·사무·관리직 노동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은 상황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단순 제조 업무의 자동화, 외국 인력의 활용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송 과장은 “인력 수급 관련 정책은 지역보다 직종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제조 현장직 중 자동화가 어려운 필수 직종의 경우 핵심 기술이 다음 세대로 잘 이전될 수 있도록 정책적·자구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 제조직의 경우 자동화를 정책적으로 장려하고 추진해야 한다”며 “노동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돌봄 서비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지 않은 외국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비용을 낮추고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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