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JAPAN"…엔저 찍자 8000억 뭉칫돈 들고 달려간 이곳은?

홍순빈 기자 2023. 12. 2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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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엔저(円低)로 국내 투자자들이 올해 일본 증시에 뭉칫돈을 넣었다.

엔화 반등 기대로 환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과 일본 기업 실적 개선에 따른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공존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에 몰린 것은 엔저 때문으로 해석된다.

국내 투자자들은 올해 엔화헷지 ETF(상장지수펀드)와 일본 IT·종합 상사 기업들을 위주로 쓸어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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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엔저(円低)로 국내 투자자들이 올해 일본 증시에 뭉칫돈을 넣었다. 엔화 반등 기대로 환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과 일본 기업 실적 개선에 따른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공존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일본 증시의 흐름이 양호할 것이라며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들어 전날(25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증시 순매수액은 6억3544만달러(8228억9480만원)로 관련 통계가 제공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고치다.

다른 해외 투자처와 비교했을 때 투자자들의 선호도는 확연히 높았다. 국내 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유로존(1억5543만달러)을 제외한 나머지 글로벌 증시 주식들에 대해선 모두 순매도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포진돼 있는 미국 증시의 경우 투자자들은 20억3849억달러 어치 순매도했다. 이들 주가가 크게 올라 일찌감치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홍콩(1억1936만달러) △중국(5861만달러) △기타국가(2억9445만달러) 등에서도 투자자들의 순매도 행렬이 거셌다.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에 몰린 것은 엔저 때문으로 해석된다. 올해 글로벌 주요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렸지만 일본은 반대였다. 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해 오히려 완화된 통화정책을 펼쳤고 다른 통화 대비 엔화 가치가 하락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엔 재정환율은 연초 970원선로 출발했으나 지난 11월 850원선까지 하락했다. 현재는 910원선으로 복귀했다. 역대급 엔저에 향후 엔화 반등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엔화 하락으로 일본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졌다. 한국과 비슷하게 IT(정보기술)·제조업 기반 수출에 의존하는 일본기업들은 엔화 하락에 따른 환차익을 볼 수 있다. 특히 도요타와 같은 자동차 산업은 엔화가 약세일수록 증익 가능성이 높다.

결과는 일본 증시 상승으로 나타났다. 일본 주요 주가지수인 토픽스(TOPIX)와 닛케이225 지수는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 대비 이날까지 각각 25.2%, 29.5% 올랐다.


국내 투자자들은 올해 엔화헷지 ETF(상장지수펀드)와 일본 IT·종합 상사 기업들을 위주로 쓸어담았다. 투자자들의 1위 순매수 종목은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헷지 ETF'였다. 이 ETF는 엔화로 만기 20년 이상의 미국 장기채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미국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이 상승하고 더불어 엔화 환차익도 볼 수 있어 전략적 투자자들이 여기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개별 기업으론 소니그룹(2321만달러), 화낙(1515만달러), 닌텐도(1211만달러) 등을 많이 사들였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올초 일본 종합상사 기업을 쓸어담았는데 국내 투자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마루베니(980만달러), 미쓰비시(886만달러), 이토추(425만달러) 등이다.

증권가에선 내년에도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매입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일본 기업들의 실적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엔화가 완만하게 절상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일본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도 보이는 만큼 투자자금의 유입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정연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일본 기업의 비용 전가 능력, 가계 소비 여력, 구조적 임금 인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며 "토요타, 소니, 키엔스, 도쿄일렉트론, 레이져테크, LY주식회사, 팬 퍼시픽 인터내셔널 홀딩스 등을 일본 증시 유망 종목으로 꼽는다"고 했다.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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