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해진 주 52시간제…법조계 “근로시간 숨기는 부작용 없어질 것”
1주 총 52시간 준수 여부로 판단
중소기업 “인력 운용에 숨통” 안도
“형법 보수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 지켜”
기업이 직원에게 초과 근무를 시켰는지 판단할 때 일(日) 단위가 아니라 주(週) 단위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하루 8시간 넘게 일했더라도 일주일 간 근무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으면 ‘주 52시간제’ 도입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대법원 판결을 반영한 행정해석 변경에 착수했다. 대법원이 밤샘 근로를 인정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한편, 연중 일이 몰리는 시기가 정해져 있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현실에 맞는 근무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게 되고 근로시간을 숨긴 채 일하는 부작용도 사라질 것이라고 법조계는 예상했다.
◇ “연장근로, 1주 총 근로시간 52시간 넘었는지 여부로 봐야”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달 7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현행 주 52시간 근로제에서 주 12시간의 ‘연장근로’ 기준 산정 방식을 처음으로 ‘1주 단위’로 제시했다. 대법원은 ‘3일 연속 근무 후 하루 휴무’를 주는 근무 체제가 위법한 것인지 판단을 구하는 사건에서 하루 근무시간이 8시간 초과했는지가 아니라, 1주간 근로시간이 총 52시간을 넘었는지를 기준으로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을 휴게시간 제외 1주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업과 직원이 합의하면 1주 12시간까지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에 사업주들 사이에서 ‘1주 52시간’이라는 큰 틀의 근로시간 제한만 준수하면 되는 것인지, ‘1일 8시간’과 ‘1주 52시간’을 모두 지켜야 하는 것인지 혼란이 생겼다. 전자는 일이 몰릴 때 직원을 하루 8시간 이상씩 집중적으로 일하게 하고 한가한 날 쉬게 할 수 있으나 후자는 불가능하다. 이에 고용부는 행정해석을 통해 ‘하루 8시간을 넘겨 일한 시간은 연장근로’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에 비춰보면 이러한 형태의 근무는 물론 밤샘 근무도 인정된다. 3일간 매일 17시간씩 일해 연장근무 시간이 11시간이라면, 주당 최대 연장근무 가능 시간인 12시간 이내이므로 위법하지 않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다만 우리 법에선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 휴게시간 30분 이상, 8시간 이상이면 1시간 이상을 보장하게 하고 있다.
◇ 법조계 “중소기업 인력 운용에 숨통”…일각에선 과도한 해석도
법조계는 대법원이 제시한 연장근로 기준이 중소기업의 인력 운용에 숨통을 터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20일부터 24일까지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중소기업 경영실태 및 2024년 경영계획 조사’에서도 경영 안정과 성장을 위해 내년에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주 52시간제 개선 등 노동 유연화(35.4%)를 꼽았다.
강우경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탄력근로제와 선택적 근로제로 주 52시간 내의 유연근로제를 운용하는 곳이 많은 상황에서 1일 단위 12시간 초과 여부를 확인한다는 것 자체가 노사자율을 침해하는 것이었을 수 있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로 연장근로 해석에 대한 혼란이 일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법원이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를 입법 취지에 맞게 해석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변호사는 “형벌 규정은 확장해석하면 안 된다는 대원칙에 따라 1주 단위로 12시간 초과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노동계에서는 ‘밤샘 근로’가 가능해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연장근로에 추가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는 과한 해석”이라며 “업무 특성상 하루 8시간을 지키기 어려워 근로시간을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러한 부작용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진성 법무법인 명재 대표변호사는 “이미 많은 곳에서 주 40시간 초과분으로 (연장 근로 여부를) 계산하고 있었고, 1일 8시간으로 계산한 곳은 월~금요일 8시간 근무 회사 일부에 불과했다”며 “많은 곳에선 대법원 판결과 같은 기준을 갖고 있어서 이런 기준이 법적으로도 문제 없다는 판단을 받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유사 사건 하급심 소송도 대법원 판례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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