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한국인 주범, 국내송환…사건 발생 8개월 만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 ‘마약음료 협박 사건’의 주범인 이모씨(26)가 26일 중국에서 국내로 강제송환됐다. 사건 발생 8개월 만이다.
경찰청은 이날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협박 사건의 한국인 주범이 오후 3시25분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에 도착했다”고 밝혔다.이씨는 오후 3시41분쯤 수사관 두 명에게 붙들린 채 인천공항 제2터미널로 나왔다. 이씨는 ‘왜 학생들을 상대로 범행했는지’ ‘범행을 본인이 계획 지시한 것은 맞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씨가 주도한 사건은 지난 4월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에서 발생했다. 이씨 일당이 고용한 아르바이트생들은 학원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억력 상승 집중력 강화 메가 ADHD’라고 적힌 음료를 나눠주는 시음회를 열었다. 시음회에 쓰인 음료는 100여병으로, 이 중 13병이 학생들에게 나눠졌다. 이씨 등은 마약음료를 마신 피해학생의 부모에게 전화해 “자녀가 마약을 복용했다”고 협박한 뒤 돈을 뜯어내려고 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0월 중국으로 출국한 뒤 국내 범행 실행책들에게 필로폰과 우유를 섞은 마약음료를 제조하도록 지시했다. 범행에 사용된 음료 용기, 포장 박스 등을 중국에서 국내로 보내기도 했다.
경찰청은 사건 발생 직후 수사관서인 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의 요청에 따라 이씨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서를 발부받았고,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씨 등 주범 검거에 협조해달라는 내용의 친서를 중국 공안부에 보냈다. 이후 경찰청, 서울청, 주중한국대사관, 중국 공안부의 전방위적 공조로 사건 발생 52일 만인 지난 5월24일 이씨를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검거했다. 중국 내 공범 3명에 대해서는 중국 공안이 한국 경찰과 협조해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거 직후 중국 공안은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알려진 이씨가 여러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된 혐의가 있어 추가 조사를 하겠다며 송환 날짜를 통보하지 않았다. 이에 윤 청장은 지난 10월 열린 중국 공안부 고위급과의 양자 회담에서 이씨의 신속한 국내 송환을 재당부했고, 중국 공안은 지난 20일 이씨의 강제추방을 결정했다.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담당관은 “이번 송환은 공동체를 파괴하는 테러와도 같은 마약범죄를 척결하기 위한 한·중 경찰의 부단한 노력이 맺은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수사공조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역내 치안 확보 기반을 공고히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에 가담한 국내 공범 4명은 1심에서 징역 7~15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는 지난 10월26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길모씨(26)에게 징역 15년, 범행에 가담한 김모씨(39)에게 징역 8년, 박모씨(36)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보이스피싱 모집책이었던 이모씨(41)에게는 징역 7년이 선고됐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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