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화재가 남긴 상흔…주민 "가슴 답답" "검은 가래"[현장]
"그때 생각하면 너무 무섭다" 트라우마 겪기도
경찰·소방, 오전 11시부터 합동 현장 감식 진행
[서울=뉴시스]박광온 이태성 오정우 기자 = "불이 났을 때 새까맣고 검은 연기가 올라와서 나갈 수가 없었어요. (당시에) 가족들이 밖으로 나가려다가 연기를 흡입했어요. 우리 어머니는 지금도 기침하면 가래에서 검은 가루가 나오더라고요."
크리스마스인 전날(25일) 새벽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주민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이 아파트 21층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는 주민 A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A씨는 "너무 끔찍한 상황이었고, 다시는 꾸고 싶지 않은 악몽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A씨 어머니도 "불이 났을 때 연기가 아파트 곳곳에 배어 기침이 많이 나온다. 어제는 연기가 너무 많으니까 놀래서 지금 청심환을 먹었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26일 뉴시스가 다시 찾은 도봉구 방학동의 화재 현장에선 불이 난 지 하루가 지났지만 화마의 흔적은 짙게 남아있었다.
구름이 거의 없는 맑은 날씨에도 바람이 불 때면 여전히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화재가 처음으로 발생한 이 아파트 301호에는 불에 타 검게 그을린 가재도구와 잡동사니들이 방 곳곳에 널브러진 모습이 창문 너머로 보였다. 유리창도 새시가 녹아 형태가 무너져있었고, 방충망이 녹아 접혀 있는 곳도 있었다.
아파트 앞에 쳐져 있는 폴리스라인 앞으로 어린 초등학생들과 동네 주민들이 모여 화재 현장을 안타까운 눈으로 올려다보기도 했다.
특히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위층에 살았거나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가슴 답답함을 호소하거나 기침할 때마다 검은 가래가 나오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고 했다.
불이 난 아파트 옆 라인 6층에 산다는 송민오(62)씨는 "어제 냄새가 너무 나서 문을 열어보니까 정면으로 불이 활활 타더라.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니까 연기가 너무 심해서 다시 닫았는데 침을 '탁' 뱉으니까 새카만 가래가 나왔다"며 "지금도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가려다가 유독가스를 한 번 마셨는데 그걸 두 모금 먹었으면 죽었을 거였다"며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또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옆 라인 2층에 산다는 40대 신모씨는 "같이 사는 친동생이 '불이야'라고 소리를 질렀고 목소리를 듣고 집 밖으로 나왔다. 나와 보니 3층과 4층에서 불이 활활 타고 있더라"며 "난생처음 겪는 일이라 공포감이나 스트레스,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서울 도봉구청은 상황총괄반과 복지대책반 등으로 구성된 통합지원본부를 설치하고 대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구청은 인근 숙박업소 등 임시주거시설 3곳을 동원해 신씨를 포함해 총 23명(8세대)을 수용한 상태다.
한편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화재가 발생한 도봉구 방학동의 23층짜리 아파트 3층에 대해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했다. 총 21명이 투입된 감식은 3시간45분가량 진행됐다.
이들은 머리에 헬멧을 쓰고 마스크 등 방독 장비를 착용한 채 화재 현장으로 들어갔다. 감식반원들은 가재도구들을 헤집으며 구석구석을 살폈고, 천장에 손을 뻗거나 바닥에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상훈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감식 후 기자들과 만나 "현장에서 나온 결정적인 증거물들을 봤을 때 인적 요인에 의한 발화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며 "방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이는 부주의로 인한 실화(失火)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전날 오전 4시57분께 도봉구 방학동의 23층짜리 아파트 3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 당국은 인력 312명과 장비 60대를 투입해 오전 6시37분께 대부분의 불길을 잡았고 오전 8시40분께 화재를 완전히 진압했다.
이 사고로 4층에 살던 박모(33)씨와 10층 주민 임모(38)씨 등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 27명이 경상을 입었다.
한편 도봉구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임씨 빈소에선 여전히 유족들의 울음소리만 가득했다. 한 유족은 "아이고 원통해라 원통해. 다시 돌아올 거 같은 보고 싶은 조카. 이게 무슨 일이야. 아이고 불쌍해라"라는 말을 반복하며 슬피 울었고 주변 가족들도 눈물을 훔쳤다.
임씨는 화재를 최초로 신고한 사람으로, 11층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화재 당시 끝까지 남아 가족들을 먼저 대피시켰고, 이후 대피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부터 박씨에 대해 '추락에 의한 여러 둔력 손상'이라는 부검 1차 소견(추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임모씨에 대해선 '화재 연기 흡입에 의한 화재사'라는 소견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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