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뉴스] 술 먹다 흉기 휘두른 50대에…판사가 10만 원 건넨 까닭은?

부산의 한 부장 판사가 법정에 선 노숙인의 사정을 위로하며 판결 이후 책과 함께 10만 원을 건네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박주영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특수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 A 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A 씨는 지난 9월 28일 새벽 부산 한 편의점에서 다른 노숙인과 술을 함께 마시다 말다툼을 하고 해당 노숙인을 위협한 혐의입니다. 

A 씨가 비록 흉기를 들긴 했지만 잠시 뒤 흉기를 스스로 발로 밟아 부러뜨린 점, 범죄 경력도 없고 피해자도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해 박 판사는 A 씨에게 징역 6개월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명령을 내렸습니다.

판결 이후엔 A 씨에게 "주거를 일정하게 해 사회보장 제도 속에 살면서 건강을 챙기라"고 조언하면서 책과 함께 10만 원을 건넸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노숙 생활을 해 온 A 씨가 한파 속 찜질방에라도 갈 수 있게 숙박비를 건넨 것입니다. 

보호관찰소의 보고서에 'A 씨가 가끔 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는 것이 취미'라고 쓰여있는 내용을 보고 책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판사가 건넨 책은 중국 작가 위화의 '인생'이라는 책으로, 기구한 인생을 살면서 고통과 시련을 감내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박 판사는 2019년에도 동반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혼자만 살아나 자살방조 미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도 집행유예를 선고한 뒤 "지금보다 좋은 날이 올 것으로 확신한다"는 손 편지와 함께 차비 20만 원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김민정 기자 compass@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