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다 살리고” “아이들과 모습 눈에 선해”…비탄 빠진 유족과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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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10시50분께 노원구의 한 장례식장.
성탄절 새벽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화재로 숨진 임아무개(38)씨 빈소에서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임씨는 화재 사실을 가장 먼저 119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사망자는 화재가 발생한 3층 바로 위층에 거주하던 박아무개(33)씨로, 박씨 역시 화마 앞에서 끝까지 가족을 지키려다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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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참변’ 화재 현장에도 추모 발길 이어져
(시사저널=강윤서·정윤경 기자)
"내가 죽었어야 했는데 가족 다 살리고 혼자 가면 어떡하나"
26일 오전 10시50분께 노원구의 한 장례식장. 성탄절 새벽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화재로 숨진 임아무개(38)씨 빈소에서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미소를 머금고 있는 임씨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유족은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임씨 고모는 떨린 목소리로 "가족에게 항상 잘하는 착한 애였다. 자꾸 생각나서 더는 못 말하겠다"며 땅을 내리쳤다. 다른 한 유족은 "나이 많은 어르신들에겐 아직 부고를 알리지 못했다"고 통곡했다.
빈소 안 상주실에서도 무거운 공기가 흘렀다. 임씨의 아버지가 있는 방 안에서는 "원통하다"는 말만 새어 나왔다. 그는 상주하던 중 걸려온 전화를 받고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오열했다.
장남인 임씨는 화재 당시 함께 살던 70대 부모와 남동생을 먼저 대피시킨 뒤 마지막으로 탈출하려다 11층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임씨는 화재 사실을 가장 먼저 119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사망자는 화재가 발생한 3층 바로 위층에 거주하던 박아무개(33)씨로, 박씨 역시 화마 앞에서 끝까지 가족을 지키려다 숨졌다. 박씨 부부는 두 살배기 첫째 딸을 아파트 1층에 놓여 있던 재활용 포대 위로 던졌다. 그의 아내 정아무개(34)씨도 뒤따라 탈출했다.
급박한 상황에서 7개월 된 둘째 딸을 이불로 감싸 안고 있던 박씨는 구조를 요청했지만 여의치 않자 아기를 품에 안은 채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박씨는 머리를 크게 다쳐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정씨와 두 아이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책하던 모습 눈에 선한데"…추모 발길 이어져
화재가 난 아파트 주민들도 '크리스마스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분위기였다.
사고가 난 아파트 15층에 사는 김아무개(24)씨는 "새벽 5시쯤 비명소리와 '우르르'하고 계단 내려가는 소리가 들려서 잠에서 깼다"면서 "복도에는 이미 연기가 다 차서 밖으로 대피하지 못하고 부모님과 집에만 있었다"고 사고 당시를 떠올렸다.
옆 라인에 사는 채아무개(33)씨도 "아직까지 집에서 (타는 듯한) 냄새가 많이 난다"며 "사고 소식을 듣고 두 아들과 벌벌 떨었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사고 현장에는 추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10년간 살았다는 신아무개(60)씨는 "바로 옆 동에서 일어난 일이라 남일 같지 않다"며 "젊은 사람들이 돌아가셨다는 말에 주민들이 더 많이 안타까워한다"고 전했다.
김씨도 "두 아이들을 살리고 돌아가신 고인의 생전 산책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지나가다 몇 번 마주쳤는데 마음이 아프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한편 26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4시57분께 도봉구 방학동 23층짜리 아파트 3층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신고 약 4시간 만인 오전 8시40분께 화재를 완전히 진압했다. 이 화재로 인해 임씨를 포함해 30대 남성 2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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