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에 ‘인권’ 알리고 가해자 책임 규명···정부 의지 현실화될까
국제사회 협력 강화, 남북 당국 논의 추진
북 반발과 남북 군사 대치 속 실효성 난망
정부가 26일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 정책을 집대성한 ‘북한인권로드맵’을 발표했다. 북한 주민들에게 처참한 인권 실상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고 국제사회와 연대해 북한 당국의 변화를 압박한다는 취지다. 북한 인권 개선의 실효성보다는 정부의 정책 의지를 국내외에 과시하는 상징적 의미가 커 보인다.
통일부는 이날 외교부·법무부와 합동으로 만든 ‘북한인권 증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가 그간 통일·대북정책의 핵심으로 강조한 북한인권 개선 과제를 종합적으로 제시했다. 북한 주민의 인권 의식을 높이고 북한 당국의 인권 친화적 정책을 끌어낸다는 목표 아래 국내외에 북한인권 실상 알리기, 국제사회와 협력 강화 등 방향을 제시했다.
북한 주민이 열악한 인권 현실을 깨닫고 변화를 만들어가도록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권을 강화한다. 이와 관련한 민간의 콘텐츠 개발을 지원하고 국제사회를 통해 객관적 정보를 북한 주민에게 전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북한 주민의 외부 정보 접근을 차단하는 법·제도 폐지를 촉구한다. 중기적으로는 북한과 교류·협력을 통한 정보 전달을 강화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귀순한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다수 시청하며 북한 밖 상황이 당 사상 교육, 선전과 다르고 북한 주민들이 왜 힘들게 사는지 깨닫게 됐다고 진술한 바 있다”며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성을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민간 콘텐츠 개발 지원의 경우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에도 관여할 수 있다는 건가’라는 질문에 “이 계획이 대북 전단과 직접 관련돼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올해 정부 차원에서 처음 발표한 북한인권보고서는 내년 6월 또다시 발간된다. 일각에선 신규 탈북민 규모가 과거 1000명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탈북민 증언에 의존한 북한인권보고서를 매년 발간하는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의 북한인권, 강제북송 문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문제, 해외파견 노동자 문제 같은 주제에 대해 더 보완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한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북한인권 공식회의 개최를 추진하는 등 대북 압박에 초점이 맞춰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은 내년 1월1일부터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며 북한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조금 더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은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정례인권검토(UPR)가 실시되는 등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하는 주요 계기가 마련된다고 통일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북한 내 인권 침해 가해자에 대한 책임 규명 방안도 검토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인권 침해 실태를 체계적으로 조사·기록하겠다며 “이는 향후 가해자 책임을 묻는 데에 활용될 수 있고 현재 진행 중인 북한 당국의 인권 침해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에 대한 사법적 문제 제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 당국 차원에서의 인권·인도적 문제 논의도 추진한다. 정부는 이산가족과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남북 간 최우선 현안으로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전면적 생사 확인 등 이산가족 교류 방안을 협의한다. 북한이 거부하고 있는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무관하게 계속 추진한다. 북한 당국에 즉결·공개 처형과 강제북송 탈북민 처벌 중단, 정치범수용소 폐쇄 등을 촉구하며 북한이 호응하면 ‘남북인권대화’를 연다.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과 북한 당국의 인권 친화적 변화를 실질적으로 끌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체제 내 인권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국제사회의 지적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유엔 안보리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두둔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를 북한에 앞장서 제기한다는 상징적·선언적 의미가 크다.
남북 당국 간 인권 문제 논의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남북이 대화·교류·협력보다는 군사적 ‘강 대 강’ 대치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담화·성명 등 방식으로 북한에 인권 개선을 일방적으로 촉구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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