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 나온 공매도 제도 개선… 쟁점은 '실시간 전산화'
무차입 공매도 행위를 벌인 해외 IB(투자은행)들이 역대 최대 규모 제재를 받으면서 금융당국의 공매도 제도 개선 진척 상황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 내년 6월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으나 법적 근거 마련과 시스템 구축 등 준비 작업을 고려하며 시일이 촉박하다. 개인투자자들이 강력하게 요구하는 실시간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구축 여부에 제도 개선 논의의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적기 입법을 위해선 정부 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정무위 요구에 따른 것이다. 앞서 정무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1소위)는 지난 5일 해당 법안들을 상정해 심사했으나 구체적으로 조문을 확정하는 축조심사를 진행하진 못했다. 정부 안 없이 의원 법안들을 중심으로 입법 논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정무위에 전달한 정부 안에서 전산화, 규제차익 해소, 불법 공매도 제재·처벌 강화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회의에서 진전이 이뤄진 제재·처벌 강화에는 개정안 8건을 종합한 수정 대안을 제시했다. 불법 공매도 행위자에 대한 계좌 지급정지, 금융거래·임원선임 제한명령의 경우 법무부 의견을 반영했다. 계좌 지급정지를 위한 수사기관 요청권, 명의에 대한 통지 유예를 추가하고, 제한명령 미이행 시 제재 수위는 형사처벌에서 과태료·이행강제금으로 완화했다. 처벌과 관련해선 벌금 상향과 부당이득액에 따른 징역 가중처벌 도입을 수용했다.
금융위는 공매도 거래자의 CB(전환사채)·BW(신주인수권부사채)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수용하고, 순보유잔고 공시기준 강화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개인과 기관·외국인 간 규제차익 해소와 관련해선 담보비율 105% 동일 적용은 감독규정 대응으로 시행하겠다고 했다. 기관의 대차 상환기간을 90일로 한정하라는 개인의 요구에는 시행령 위임 조항을 마련하면 추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차 기간 제한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증권 유관기관들의 의견을 고려하면 법률에서 해당 내용을 규정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금융위는 공매도 개선의 핵심 쟁점인 전산화 시스템 구축에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이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주도로 운영 중인 '무차입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구축 TF' 검토를 전제로 "'기관 내 잔고관리+α' 전산화 반영이 가능하다"며 모호하게 표현했다. 기관 내 잔고관리란 정부여당(당정)이 지난달 중순 발표한 기관 내부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을 뜻한다. TF가 개인의 주된 요구인 실시간 차단 시스템 구축 여부까지 논의 중인 만큼 전산화 대상 확대(+α) 여부를 열어뒀다.
이런 와중에 개인의 실시간 전산화 요구가 터져나올 자리가 마련된다. 거래소는 오는 27일 오전 10시 여의도 서울사옥에서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화 토론회를 연다. 이번 토론회에는 실시간 전산화 주장을 펼친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와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작가 등이 개인 측 패널로 참석한다. 그동안 당국의 공매도 정책을 강하게 규탄해온 정 대표, 박 작가와 유관기관 간 설전이 예상된다.
지난 토론회와 달리 정 대표와 박 작가가 패널로 참여한 배경에는 개인의 목소리를 청취하자는 취지가 반영됐다. 공매도 전산화 대상을 원점 재검토하는 TF에는 상당한 부담감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금융위가 언급한 +α가 실시간 전산화 시스템이 돼야 한다는 여론이 더 번질 수 있다.
앞서 당국은 지난 22일 관행적 무차입 공매도를 벌인 BNP파리바와 HSBC, 수탁 증권사에 265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적극적인 전산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증권선물위원장인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불법 공매도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관련 전산시스템 구축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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