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례대첩’ 조한철, 입체적인 임금님 캐릭터 창조
‘혼례대첩’ 종영까지 연기력으로 드라마를 이끈 배우 조한철에 안방극장 1열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KBS2 월화드라마 ‘혼례대첩’(극본 하수진, 연출 황승기, 김수진)은 조선 시대 청상부마와 청상과부가 만나 원녀, 광부(조선시대 노처녀와 노총각을 이르는 말)의 ‘혼례 대작전’을 펼치는 코믹한 사극이다.
인류의 화두인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기발한 시선으로 풀어낸 퓨전 사극으로 시청자들에게 ‘힐링 드라마’라는 호평을 얻으며 지난 25일 마무리가 됐다.
조한철은 세자 혼례를 막는 좌상에 맞서기 위해 원녀 세 자매 혼례를 성공시키고자 하는 ‘임금’으로 분했다. 조한철이 그린 임금은 사극 장르를 통해 그려진 전형적인 왕 이미지와 다르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체통과 위엄을 잃지 않으면서도 가끔은 귀엽고 허술한 모습으로 정감이 가는 임금 캐릭터가 조한철의 탄탄한 연기력으로 타당성과 이해를 구축했다.
그가 보여준 임금 연기는 20세기 전설적인 퓨전 사극 ‘임금님의 첫사랑’에서 김세운이 보여준 철종 연기, 21세기에 왕 캐릭터에 새로운 해석을 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 한석유 세종 연기에 이은 인상적인 캐릭터 해석을 보여줬다.
심정우(로운 분)와의 매우 특별한 장인-사위 케미는 ‘혼례대첩’을 견인한 중심 축이 됐다. 임금은 팔 년간 줄기차게 혼인무효 상소를 올려온 괘씸한 사위가 자신조차 잊고 있던 딸의 죽음을 파헤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심정우의 진심에, 아비로서 부끄러워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은 시청자들 마음에 감동과 여운을 줬다. 어리고 얄미웠던 사위에게서 서서히 신뢰와 충직한 신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과정이 조한철의 연기로 잘 표현됐다.
최종회까지 따스함과 감동을 준 임금과 심정우의 관계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찬사를 끌어냈다. 임금은 박씨부인(박지영 분)이 쳐 놓은 죽음의 덫에서 심정우를 은밀하게 구원했다. 임금은 세간에서 심정우 존재를 지우고 어사라는 새 분을 선물해 나라를 위해 임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그리고 심정우를 정순덕(조이현 분) 곁으로 보내며 이들에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을 행복한 순간을 선사했다. 왕으로서, 전 장인으로서 심정우를 지키고자 한 임금의 마음과 지혜가 빛을 발했다.
조한철은 드라마 초반부터 중세 절대군주의 근엄함과 함께 현대극의 사람 좋은 직장 상사나 학교 선배 배역 같은 따스함이 느껴지는 넘나드는 연기 테크닉으로 전형성을 깬 입체적인 임금 캐릭터를 완성해 내며 드라마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올렸다.
연기 내공을 다시 입증하며 마지막까지 ‘혼례대첩’으로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준 조한철은 세종이나 철종 같은 기본 베이스 가 될 인물도 없는 ‘상상의 임금 캐릭터’를 연기를 통해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로 창조해 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조한철은 OTT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로 190여 개국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윤중원 캐릭터로 다가가고 있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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