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HMM 유보금 안쓴다" 해명에도 시장 싸늘
인수자금 6.4조 마련 의구심도
하림그룹이 HMM이 보유하고 있는 10조원 규모의 유보금을 인수자금이 아닌 미래 경쟁력 강화에 사용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HMM보다 덩치가 작은 하림이 '유보금을 노리고 인수를 추진한다'는 주변의 의혹에 정면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하림이 6조4000억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 인수 후 빈 곳간을 어떻게 채워나갈 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승자의 저주'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여전히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MM은 이날 1만99380원에 거래를 마쳐 하루 만에 2만원 선이 무너졌다. 전 거래일보다 4.06%, 지난 20일 대비로는 12.3% 각각 내렸다.
이날 하림이 "HMM이 보유한 현금자산은 현재 진행형인 해운 불황에 대응하고, 미래 경쟁력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게 회사의 확고한 생각"이라는 입장문을 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에 무게를 둔 모습이다.
하림은 "MSC, 머스크 등 글로벌 해운사들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해운 불황에 대비하고 있다. HMM도 경쟁력을 키우는데 보유 현금을 최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배당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림은 과거 팬오션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인수합병(M&A) 이후 5년 동안 배당을 하지 않은 전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영구채 전환 유예를 통해 추가 배당금도 받을 의도가 없다고 못 박았다. 하림은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예비입찰 단계에서부터 오버행 이슈 해소를 통한 이해관계자 보호를 위해 일정 기간 영구채 전환 유예와 관련한 의견을 제시(마크업)했다"며 "이는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팬오션(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최종인수자로 확정되면 6조4000억원가량에 HMM을 인수하게 된다. 하림이 자신보다 덩치가 큰 HMM의 인수를 위해서는 막대한 인수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데, 인수 후 HMM의 배당을 통해 이를 메꾸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이에 하림은 입장문을 내고 적극 반박한 것이다. 지난 9월말 기준 HMM의 이익잉여금은 10조6600억원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하림이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팬오션에서 최대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는 팬오션의 시가총액(2조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인수 금융으로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원금이 조 단위라 이자 부담이 만만찮다.
HMM 매각이 물살을 타고 지난 18일 하림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HMM 주가는 지난 20일까지 강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하림의 인수가 HMM의 수익성 개선에 큰 영향을 기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이후 약세로 돌아섰다.
신영증권은 지난 21일 HMM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엄경아 연구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지 않은 주당가치로 매각처를 확정 지은 HMM 투자 매력도가 반감됐다"며 "매각자금이 회사로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채권단에게 돌아가 미래를 위한 신규투자는 오롯이 HMM의 자체적인 자금으로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엄 연구원은 또 HMM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팬오션도 인수자금 확보를 위해 최대 3조원의 유상증자를 검토 중에 있어 주당 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며 분석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날 팬오션 종가는 3700원으로 5거래일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이 사실처럼 유포되고 있어 비밀유지계약의 범위 내에서 사실관계와 우선협상대상자로서 입장을 밝히게 됐다"며 "절차가 잘 마무리되면 HMM이 국적선사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하고 우리나라 해운산업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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